김정태행장,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연봉 12원에 은행 경력이 채 3년이 안되는 ‘새내기 뱅커’인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총수에 올랐다.

국민·주택은행 통합은행장 추천위원회는 25일 밤 격론을 벌인 끝에 金행장을 자산 1백60조원의 선도은행을 이끄는 은행장에 추천했다.金행장은 업무 추진력과 개혁성에서 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국민·주택은행의 대주주인 정부도 일찌감치 金행장을 통합은행장감으로 점찍어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생인 金행장은 전남 광산 출신으로 광주일고·서울상대·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대신증권 상무와 동원증권 상무·부사장·사장을 역임한 정통 증권 금융인이다.

지난해 10월 포브스지(誌)는 “한국주택은행의 CEO 김정태 은행장은 연봉 12원을 받지만 지난 2년간 그는 6백만 달러 내지 8백만 달러 정도를 벌었는데 이는 상당히 비(非)한국적인 것”이라며 “그는 한국의 대형은행 중의 하나이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주택은행을 변화시키는데 자신의 스톡옵션을 걸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강한 업무 추진력과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며,특유의 친화력도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공인회계사 출신답게 숫자감각이 뛰어나고 빈틈이 없다는 평.

동원증권 재직 때는 물론이고 주택은행장으로 취임 후에도 임원전용 엘리베이터·은행장 접견실·간부식당 등 관료냄새가 나는 것은 대부분 없앴을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다.

동원증권 사장 시절인 97년 주가폭락으로 증권업계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무차입경영을 선언,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매분기마다 수익증권 운용 내역이나 기업 재무제표 등 경영내용을 고객과 주주에게 공시하는 투명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는데 성공하는 등 외형성장보다는 이익창출에 중점을 두는 실속 경영을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金행장은 경영철학이 ‘투명경영’일 정도로 정직한 사람·정직한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인사의 전언.

지난해 10월 주택은행을 국내 금융기관으로 처음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으며,2002년 월드컵 공식은행으로도 선정되는 등 세계속의 우량 선도은행으로 발전시켰다.

金행장은 개인적인 강점으로 생각보다 행동이 빠르다는 점을 든다.반면 모르는 게 많다는 게 스스로의 약점이라고 자평하고 있다.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金행장이 통합은행장으로서 ‘개혁의 전도사’라는 시장의 평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