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나로호, 열려라 하늘 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우리 땅에서 26일 오후 발사 예정인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1)’가 발사대에 세워졌다. 태극기와 ‘대한민국’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지름 2.9m, 길이 33m의 나로호는 하늘로 솟구칠 듯 위용을 자랑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4일 오후 5시10분쯤 나로호를 발사대에 세우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무진동 차량에 실린 발사체는 조립장을 출발해 직선 거리로 1㎞도 되지 않는 발사대까지 약 1시간 반에 걸쳐 이동했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에서는 ‘차량 바퀴가 갓길에 걸리지 않을까’, 발사대에 세울 때는 ‘2년여 동안 사용하지 않은 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걱정에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은 긴장했다. 나로호가 발사대에 세워지자 100여 명의 기술진은 환호했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발사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3시30분~7시 사이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국에서 자국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린 열 번째 국가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나로호는 100㎏의 과학위성을 지상 300~1500㎞의 우주 타원궤도에 올리는 것이 임무다. 20억원을 들여 KAIST 인공위성센터가 개발한 과학위성은 우주 방사선과 이온층을 측정하고, 영상센서 등 국산화 부품 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지상에서 정밀한 우주궤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하는 레이저반사경도 달려 있다. 수명은 1년이다.

 한·러 기술진은 2010년 6월 10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원인 분석과 보완에 매달렸다. 한·러 기술진은 1, 2차 발사 실패 원인으로 추정되는 기술 문제를 보완했다. 1차 실패의 원인인 위성보호덮개(페어링) 분리용 전원을 고전압에서 저전압으로 바꾸고, 나로호 상단부에 있는 자동비행종단장치(FTS)를 작동하지 못하게 했다. 또 나로호 상단과 하단이 가급적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종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100% 발사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1차 실패 원인은 명확히 밝혀졌지만 2차 원인은 나로호가 공중 폭발하는 바람에 추정만 할 뿐이다. 폭발 잔해도 제주도 앞 공해상에 떨어져 인양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3차 발사를 위해 개선한 기술적 문제들이 진짜 실패 원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발사체 전문가는 “각 부품의 작동 여부를 실제 우주 환경에서 실험하지 않아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우주 발사체 기술은 연구실 경험뿐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발사 예정 시간인 26일 오후 3시30분 무렵 나로우주센터와 발사대 상공에 구름이 끼겠지만 비가 내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은 “구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비는 밤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사 예상 시간의 풍속은 초속 1~2m”로 예보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시간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