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막만 믿고 헬기 탔던 MB "가슴 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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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마조마해 의자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러면서 “‘그저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하면서도 내심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는지 눈은 자꾸만 시계로 향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노심초사한 순간은 20일 낮 10여 분간이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 발표 직전이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28분 인터넷에 “GCF를 송도가 유치했다”는 뉴스가 떴다. 곧이어 MBC도 유치 확정이란 자막 뉴스를 내보냈다. 아침부터 소식을 기다리던 이 대통령은 급히 경내 헬기장으로 향했다. 송도 행사장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당초 발표 예상시간인 낮 12시보다 30분 이른 출발이었다. 참모들도 이 대통령이 움직인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뛰었다. 그 무렵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행사장에 있던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발표 난 게 없는데 확정됐다고 기사가 나갔으니 큰일 났다. 아직 출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미 대통령이 탄 헬기가 날아오른 상태였다. 오전 11시48분 기자들에겐 ‘GCF 사무국 유치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알려 드린다’는 문자가 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인천 군부대에 도착한 뒤에야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는 나중에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국운이 있으니 될 거야”라고 최면을 걸듯 계속 읊조렸다고 한다. 그렇게 좌불안석의 10여 분이 흘렀고 낮 12시25분 유치 확정 소식이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해냈습니다’는 한마디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고 썼다.

 ◆“녹색성장대학원 내년 개교”=이 대통령은 23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에서 개칭)의 창립총회에 참석해 “GCF와 GGGI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소중한 재원이 전략적으로 활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KAIST에 녹색성장대학원을 설립해 녹색인재를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김상협 기획관은 “내년 초 교수와 학생을 선발, 9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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