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짐 덜어낸 김연경 … 배려를 기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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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장주영
스포츠부문 기자

“드디어 오늘 ITC 발급이 됐습니다.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납니다. 열심히 뛰어 대한민국을 세계에 더 알리겠습니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23일 김연경(24)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자 회의에서 김연경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이 결정된 지 하루 만이다. 이로써 김연경은 그토록 원하던 코트로 돌아오게 됐다.

 사실 김연경은 억울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자유계약선수(FA) 조항은 그에게 불리했다. KOVO는 정규리그 6시즌을 활동해야 FA 자격을 주도록 하고 있다. 그는 흥국생명 선수로 4시즌을 국내에서 뛰었다. 일본과 터키에선 3시즌을 활약했다. 도합 7시즌을 뛰었지만 국내에서 뛴 4시즌만 흥국생명 소속으로 뛴 것으로 간주돼 FA 자격을 얻지 못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김연경이 국내 무대에 갇혀 지내도록 하는 룰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22일 관련자 회의가 소집됐고 전격적으로 ITC 발급이 결정됐다. 또 KOVO의 국내 FA 자격은 그대로 두되 해외로 이적할 경우 무조건 FA 자격을 주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이로써 김연경 이적사태는 해피엔딩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김연경도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분명 KOVO 규정은 잘못됐다. 불합리한 제도에 모든 선수가 묶였고, 김연경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연경은 지금껏 다른 선수들에 비해 혜택을 받았다. KOVO는 여자선수 연봉 상한선을 1억5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김연경은 해외에서 훨씬 많은 돈을 받으며 임대 생활을 했다. 정규리그 25%만 출전하면 1시즌으로 인정해 주는 이른바 ‘김연경 룰’도 만들어졌다.

 이번 관련자 회의에서 분명히 선을 그은 부분이 있다. “김연경의 소속 구단은 흥국생명이다”는 것이다. 요컨대 김연경의 ITC 발급은 그가 FA 자격을 획득해서가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또 한 번의 특혜다. 김연경은 ‘우기면 통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월드스타에 대한 배려에 감사하며 더욱 자신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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