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파워콤, '시너지효과'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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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이 전략적 제휴나 합병 등을 통해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아니면 부실규모만 키우는 것일까.

최근 하나로통신이 파워콤의 전략적 지분매각(총발행 주식수의 30%) 입찰 참여를 선언하면서 파워콤의 경영권을 인수키로 한 뒤 양사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파워콤 인수를 선언한 하나로통신은 당연히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파워콤측은 "부실규모만 커질 뿐"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하나로통신측은 파워콤의 기간망과 하나로통신의 가입자망이 서로 보완관계를이루기 때문에 양사가 합치면 파워콤은 가입자망에 투자할 필요가 없고, 하나로통신은 기간망을 새로 깔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양사의 통신망 현황을 보면 하나로통신은 기간망 2천㎞, 가입자망 1만2천㎞이고파워콤의 경우 기간망 1만5천㎞, 가입자망 9만6천㎞이다.

하나로통신은 "파워콤의 가입자망은 이미 감가상각이 거의 끝난 노후망으로, 새로 깔아야할 형편"이라면서 "파워콤이 하나로통신의 가입자망 수준으로 새로 깔려면2조원 수준의 투자가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로통신이 파워콤 수준의 기간망을 갖추려면 추가로 2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이 합칠 경우 가입자망과 기간망에서 각각 2조원이 절약돼총 4조원의 시너지효과가 있다는 것이 하나로통신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파워콤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파워콤측은 "기간망은 물론 가입자망에서도 하나로통신을 앞서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부실기업인 하나로통신이 민영화를 빌미로 알짜 기업인 파워콤을 거저가져가려고 한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 파워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파워콤이 하나로통신의 가입자망을 확보하는 데 500억원이면 충분하다"면서 하나로통신의 시너지 효과 4조원 주장을 일축했다.

파워콤 노조는 부채와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부실기업인 하나로통신이 건실한 국민기업 파워콤을 정치논리로 인수하려는 것은 거대한 부실덩어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사현 파워콤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이 결합했을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나로통신의 망은 파워콤의 10분의 1 수준이고 대부분의 망도 중복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하나로통신과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자사에 항상 붙어다니는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서 억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타 재벌회사에 비해 건실한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올 상반기 현재 부채규모는 1조7천400억원(차입금 1조2천51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0%로 양호한 상황이며 올해 투자비를 전액 차입금으로 조달하더라도 부채비율은 150%에 불과해 타 통신사업자에 비해 월등히 양호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3천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통신산업과 같이 감가상각비 발생규모가 큰 장치산업의 경우 사업초기 영업손실이 불가피하고 최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SK텔레콤도 사업초기 10여년간 적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하나로통신은 그러나 2002년 4.4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이때부터는 외부자금 조달없이도 회사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수 후보업체과 피인수업체간 시너지효과 공방속에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하나로통신의 주장에 공조하고 있는 반면 파워콤의 모기업인 한국전력과 산업자원부측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파워콤 지분을 얼마나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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