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너무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분양가 자율화가 실시된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급격하게 상승,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외환위기 직후였던 지난 98년 2월 분양권 전매허용과 함께 실시된 분양가 자율화는 부동산 경기활성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원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려 결국 기존아파트의 매매가 상승까지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얼마나 올랐나 = 부동산뱅크(http://www.neonet.co.kr)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분양가 자율화가 실시되기 이전인 지난 97년 서울시 동시분양에 나온 아파트들의 평당 평균분양가는 464만4천원. 반면 자율화 첫해인 98년 평균분양가는 1년새 512만원으로 10.2%나 상승했으며 올해의 경우 6차 동시분양까지 평당 평균분양가가 652만2천원으로 97년 대비 40.4%나 오른 수준이었다.

이는 땅값이 아직까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 연간물가상승률이 5% 내외를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 자율화이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음을 의미한다.

◆왜 올랐나 = 건설업체들은 내구재와 마감재의 고급화, 조경 강화, 신평면이나신공법 도입 등에 따른 건축비 증가가 분양가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화 이전과 비교해 평당 200만원 가까이 오른 분양가를 이러한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며 오히려 건설업체들이 공급부족 상태인 주택시장을 이용,원가 이상으로 분양가를 인상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최근 서초동 교대역 인근에 분양된 L건설의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천500만원 가량이었던 반면 W건설은 평당 1천만원 내외로 비슷한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가 평당 5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옵션이나 마감재, 내구재 등의 고급화에 따른 제비용은 97년에 비해 최고 40만-50만원 가량의 분양가 인상요인으로 밖에 작용하지 않는다"며"미분양이 생기면 나중에 싸게 팔더라도 일단 분양가를 높게 부르자는 무언의 공감대가 브랜드파워가 있는 업체간에 형성된 듯하다"고 전했다.

또 주택관련 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산정할 때 분양원가보다는 분양가를 얼마까지 불러도 소비자들이 구매의사를 유지할까에 신경을 더 기울이는 것 같다"며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산정방식에 의문을 표시했다.

◆시세차익은 옛말 = 아파트 분양가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자율화이전에 분양아파트의 매력이었던 시세차익이 사라지고 있다.

올 4차 동시분양에 나온 L건설의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시세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5차 동시분양에 나온 S건설의 아파트 분양가는 오히려 주변시세보다 비싸기도했다.

자율화 이전에 아파트가 시세의 70% 수준에 분양됐던 사실을 고려할 때 분양가의 30%에 해당하는 부분만큼 소비자들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음을의미한다.

물론 분양가 자율화 이전에도 정부가 분양가와 주변시세의 차익 가운데 일부를국민주택채권 입찰제도를 통해 거둬들여 시세차익을 온전히 소비자가 누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가상승률 이상으로 분양가가 인상된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결국 분양가 자율화는 소비자의 부담증가와 건설업체들의 이익 부풀리기로 귀결될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이와함께 최근 서울시에 아파트 지을 땅이 줄어들면서 지주와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입김이 세어지자 이들이 건설업체들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많아 이런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분양가 자율화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역기능을 보이고 있는 것도사실"이라며 "지금처럼 아파트 공급부족 상태에서 분양가가 인상되면 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지고 건설업체와 땅주인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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