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낙태사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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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낙태사이트''가 새로운 청소년 유해 사이트로 탈바꿈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낙태사이트는 낙태에 관해 논의하고 낙태를 방지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낙태를 조장하고 낙태방법을 안내하는 곳으로 변질된채 주로 미성년 여성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21일 경찰에 적발된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행위는 낙태사이트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들은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낙태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낙태방법및 비용 등을 문의하는 미성년자들에게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낙태가 가능하다''든지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등의 글을 올려 낙태를 권유한뒤 불법 낙태시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낙태사이트를 통해 미성년 여성들이나 미혼모들의 원치않는 임신을 미끼로 돈벌이에 나선 셈이다.

경찰에 걸려든 의사중 한명은 임신중절로 낳은 어린생명에게 극약을 주사해 살해 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한다.

물론 이들은 어차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낳을 형편도 아닌임신으로 불안해 하고있는 미성년 임산부의 고민을 덜어주고 걱정거리를 지워줬다고 항변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폭행이나 기형아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법으로 금지돼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의사들의 이같은 반인륜적 행위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일은 낙태사이트다.

당초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개설됐던 낙태사이트가 낙태를 권유하고 낙태를 안내하는 사이트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과 이사이트를 찾는 네티즌의 대다수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경찰 조사결과 현재 인터넷상에는 7개정도의 낙태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미성년자들의 낙태관련 문의가 수천건에 달한다고 하니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심각한 상태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낙태사이트에서는 `낙태를 하려고 하는데 어느 산부인과가 좋으냐''라는 물음에 `지울거라면 서두르는게 좋다''든지 `수술은 언제 받는것이 좋다''는 등의 답변으로 낙태를 권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산부인과에서는 미성년자라 해도 주민등록번호의 앞자리만 바꿔 말하면 그대로 믿는다''는 내용도 있어 임신을 한 미성년자들이 이 사이트를 많이 찾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인터넷상에서 `자살사이트''와 `음란물 사이트''와 같은 반사회적 사이트의 난립이 사회적 문제로 떠 오른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매개로 하거나 반사회적 사이트의 영향을 받은 모방범죄가 사회문제로 확산되면서 당국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을 펴고 있지만 반사회적, 반윤리적 사이트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사이버 공간을 어지럽히고 있으며 합법의 너울을 쓴 반윤리적 사이트를 단속할 법률적 근거조차 미비한게 현실이다.

문제가 된 낙태사이트도 사이트의 목적 자체가 낙태를 조장하거나 불법 의료기관을 알선한게 아닌만큼 사이트운영자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게 관계당국의 말이고 보면 실로 답답하다.

언제까지 우리 청소년들이 오염된 사이버공간에서 놀도록 방치 할것인가.

반윤리적, 비교육적 사이트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위한 특별법의 제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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