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피터팬 같은 남자 - 서정원

중앙일보

입력

'피터팬’처럼 늘 변치 않는 ‘날쌘 돌이’ 서정원(32.MF 수원) .

제 3의 축구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세오(Seo서정원의 닉네임)는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2002년 월드컵 출전을 향해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9일 수원 종합 운동장에서 연습을 마친 그를 만났다.

- 골을 넣을 때 마다 좋은 일을 한다고 들었다

"겉으로 티 나게 하는 거 같아서 부끄럽다.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피학대 아동 돕기를 하고 있는데 1골 당 50만원씩 기금을 적립해 매월 복지재단에 전달한다. 야구,축구,농구 등 스타급 선수들이 많이 동참해 주면 좋겠다."

-지난 9일 부천과의 경기를 ‘살인적인’ 날씨 속에서 경기를 했다. 그런 경기를 치르고 나면 어떤가?

"선수일지라도 솔직히 그런 경기를 치르고 나면 밥 먹을 힘도 나지 않는다. 하물며 용광로 같은 스탠드에 앉아 관전하는 축구 팬들은 어떻겠는가. 하루종일 물만 마시게 되고 몸무게도 3kg정도가 빠진다.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위로 인해 컨디션 조절을 하기 힘들다. 요즘은 팀도 자체 훈련시 날씨 때문에 4시 이후에 한다."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대표팀으로 뛰지 못했는데.

"히딩크 체제 이후 1,2기를 겪어봤지만 그땐 내가 생각해도 몸 상태가 너무 아니었다. 대표팀에서 탈락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처럼 100% 컨디션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히딩크 감독님을 겪어 보니까 과거에 국가대표하면서 우리나라 감독하고 어디가 다른가.

"1,2기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전술(4-4-2, 3-5-2, 스리백, 포백)을 시험하는 과정이었고 시간도 그다지 많지 않아 크게는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시일이 많고 하니까 조금씩 변할 것이고 무엇보다 선진축구를 경험하신 분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 서정원 선수가 보는 이웃나라 일본의 월드컵 16강 가능성은?

"냉정하게 판단해서 일본은 정말 많이 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하고 전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 고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일본은 워낙 축구에 대한 인프라가 좋고 투자가 좋다. 예전부터 어린이 축구교실, 유 소년 발굴, 해외유학진출을 차근차근 계획성 있게 진행했기 때문에 그 결실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은 우리나라도 본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한국은 주먹구구식이고 그때그때 터지면 수습하려고 하고 겉에 보이는 것만 하려고 한다. 너무 많은 환경, 체계적인 면까지 뒤떨어져 있는 게 문제다."

-중국까지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데

"중국도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앞으로는 일본 못지않게 우리나라를 위협할 팀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우리나라가 그렇게 착실히 준비를 한다면 일본, 중국을 뛰어 넘어 세계로 갈 수 있는 팀이 되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축구에 대한 자실이 상당히 갖고 있다. 그걸 얼마만큼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

-오랫동안 ‘날쌘 돌이’ 란 애칭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느덧 ‘노장’이라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은퇴란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게 됐는데... 은퇴 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면

"벌써 내 나이가 그렇게 됐다(32세). (웃음) 은퇴 후 계획은 내가 축구를 했기 때문에 지도자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유학을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갔다 올 예정이다. 내가 프랑스(스트라부스)에서 1년을 뛰면서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배울게 참 많다는 것이다. 선진 축구 문화를 어느 정도 몸에 익히기 위해선 장기간 현지에서 몸소 실천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다."

-(지도자가 됐다고 하고)서정원 감독이라고 했을 때, 김호·히딩크 감독과 달리 나만의 교육 스타일이 있다면

"긍정적인 자세를 가르쳐주면서 선수들에게 많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 요즘 아이들을 많이 칭찬해 주라고 하지 않은가. 경기를 하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거기다 꾸지람을 주면 그 선수는 더 주눅이 들어 경기를 못하게 되는 걸 많이 느낀다. 또 공도 받기도 싫고 축구를 멀리하게 된다. 본인이 못했지만 감독이 ‘괜찮다’ 라고 칭찬을 북돋아 주면 그 선수가 한 번 뛸 것 두 번 뛸 것 같다. 아주 작은 부분에 까지 신경을 쓰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들을 잘 가르쳐야 ‘덕망(德望)’ 있는 감독 소리를 듣는다."

-2번이나 월드컵 경험한 선수로서 한국이 16강에 진출 못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으로 보는가

"한국이 유럽을 비롯해 기타 다른 팀들과의 실력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그 실력차는 많이 좁혀졌다고 보고 더더욱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은 16강에 들 가능성이 크다. 홈에서도 벌어지고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해서 자신감과 경험을 많이 쌓고 길러야 실력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2002년 월드컵에 4회 연속 뛸 수 있다고 보는가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2002년 월드컵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고 싶다.앞으로 게임에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 보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월드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조인스 월드컵 (http://worldcup.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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