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역사교과서 파동 한일 스포츠교류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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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한.일 양국 갈등의 영향이 양국간교류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스포츠와 어린이 행사 등을 중심으로 큰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내 월드컵 개최지 10곳 가운데 9곳에서 금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계획했던소년축구 등 양국간 교류 행사가 중지돼 지난 수년동안 쌓아온 양국의 우호 분위기와 월드컵 공동개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같은 교류 중단에 대해 해당 지자체로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본의아니게 피해를 입게된 어린이들도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내년 월드컵을 이용해 이같은 상황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그러나 교과서 문제와 함께 종전기념일(8월15일)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식참배라도 하는 날이면 양국간의 균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월드컵 개최지 하나인 시즈오카(靜岡)현의 경우 오는 8월 `시즈오카 세계소년축구대회'에 한국의 대전문화초등학교 팀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교과서 파동이 난 뒤 불참을 통보해 왔다. 주최측에서 설득을 해봤지만 한국측의 의사가 확고부동하다는것이다.

또 제주도에서 이달말 열리는 청소년친선축구대회에 시즈오카현 소년단팀이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측으로부터 "교과서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는 교류를 보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즈오카현 월드컵추진실의 무라마쓰 시게루 실장은 "지금까지 우호를 위해 노력하며 양국간에 스포츠를 중심으로 문화교류를 하자는 공동선언문까지 냈는데 유감이다"면서 월드컵에 대한 영향이 없기를 기원했다.

오이타(大分)현도 국내에서 가장 타격을 받은 자치체 가운데 하나로 현립고교축구팀의 방한 교류 등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사이토 도오루 오이타현 월드컵추진실장은 "그동안 한국과의 관계가 잘 진행돼왔다. 월드컵 개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뭔가 월드컵을 활용해 양국의 응어리를 풀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인 해결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밖에도 "원한이나 증오가 없지만 국민감정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시의회에서 일본과의 교류를 중단하라는 결의가 있었다"는 등의 한국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자치체는 더 있다.

미야기(宮城), 니가타(新潟), 사이타마(埼玉), 가나가와(神奈川), 오사카(大阪),효고(兵庫) 등에서도 일부 교류가 중단됐다. 현재 중단 사례가 없는 이바라키(茨城)현에서도 이달말 열리는 `월드컵기념일 한일친선청소년대회'에 울산의 고교축구팀이 예정대로 참가할 수 있을 지 관계자들이 걱정하고 있다.

월드컵일본조직위원회(JAWOC)의 엔도 야스히코(遠藤安彦) 사무총장은 이같은 교류 중단 사태에 대해 "교과서 문제를 극복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각지로 확산되고 있는 균열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 지 앞이 보이지않는 상황이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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