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좋고 몸에도 좋은 소담한 풀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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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30면

저자: 윤경은·한국식물 화가협회 출판사: 김영사 가격: 3만원

40년 넘게 식물원예학을 연구하고 있는 윤경은(69) 전 서울여대 총장이 세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 루브르 박물관 한 공간에서 난초를 그리고 있던 중년 여인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단다.

윤경은의 『세밀화로 보는 한국의 야생화』

“본격적으로 식물 세밀화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었어요. 그러다가 2007년 11월 한국식물화가협회를 만들었죠. 등록 회원 수가 200명 정도 되고요. 어찌 하다 보니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야생화, 난초, 허브 등 매년 주제를 정해 사람들과 함께 꽃과 풀을 꼼꼼하게 그려 발표회도 갖다 보니 그 ‘정성’들이 아까웠다. 주변의 이름 모를 풀꽃들에 대한 사랑도 새록새록 솟았다. 점점 사라져 가는 야생화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 『세밀화로 보는 한국의 야생화』(김영사)는 그런 의지의 소산이다.

이 책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야생화 100개를 골라 계절별로 구분해 소개했다. 특징이 무엇인지, 꽃은 언제 피고 어떻게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어떻게 해야 잘 자라는지 등을 그동안의 연구 결과와 각종 문헌을 참고해 정리했다. 회원들이 그린 생동감 넘치는 꽃 그림도 근사하게 앉혔다. 책머리에는 야생화를 기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어떤 야생화를 선택하고, 어디에 심고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담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베란다에 정원을 만들 경우 흙이 가볍고 오염이 없어야 하는데 이때는 버미큘라이트(질석), 필라이트, 피트모스 등의 경량토를 사용해 잘 숙성된 부엽토를 섞으면 무게를 줄이면서 영양 공급이 가능하다.

“초등학생 시절 여고생이던 언니가 꽃에 얽힌 전설과 꽃말을 들려주던 기억이 늘 남아 있었어요. 동네에 풀밭이 많아서 야생화도 많았는데 그런 추억을 가진 분이 많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꽃집에서 파는 특이한 꽃이나 정원에서 재배하는 화려한 꽃에만 관심을 기울여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야생화가 오래전부터 약용으로 쓰였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약효라는 게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한 2차 대사물질인데 우리 선조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야생화가 생약 성분 등 신소재 물질을 뽑아낼 수 있는 귀한 자원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남편 박원목(71) 고려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와 경기도 이천시 장암면에 마련한 농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약 2500평 규모의 농장은 각종 난초와 야생화가 자라고 포도원과 온실이 있는 작은 식물원이다. 남편 박 교수가 정년퇴임하기 1년 전인 2006년부터 집을 손봐 살기 시작했다. 농장 운영이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윤 총장은 “공짜는 없어요. 부지런하든지 돈을 쓰든지(사람을 사서 운영한다는 의미)”라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 둘이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야생화 중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느냐는 우문을 던졌다. “꽃들은 다 예쁘죠. 계절마다 다 다르고 장소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어요. 가시가 있는 엉겅퀴도 찔리는 맛이 있다니까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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