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정부 의존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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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문의 벤처투자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벤처투자가 지나치게 정부 자금지원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벤처캐피털의 자체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4월 24건 1천637억원, 5월 11건 1천395억원에 이르렀던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 결성은 지난달 단 1건 44억원에 그치는 저조함을 보였다.

아직 공식적인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달 들어서도 중기청에 신고된 벤처펀드 결성 건수는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260억원, 2월 177억원, 3월 725억원에서 4, 5월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던 벤처펀드 결성이 이처럼 다시 급감한 데는 중기청의 벤처자금 소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기청은 올 상반기 벤처투자조합 출자예산 1천억원을 편성, 민간 벤처캐피털들과 공동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함으로써 벤처투자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6월들어 벤처투자조합 출자예산이 전부 소진되고 중기청이 기대했던 하반기 1천억원 예산의 추가 편성이 좌절됨으로써 벤처캐티털들의 펀드 결성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김철영 팀장은 ''코스닥 침체 등으로 민간의 벤처투자가 줄어들어 벤처캐피털들이 정부의 시드 머니(Seed Money)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벤처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정부 자금지원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처투자 관련제도를 시장원리에 맞춰 보완하고 벤처캐피털의 자체 경쟁력를 강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캐피털협회의 장광호 팀장은 ''주식매각제한제도로 벤처캐피털이 기관투자가에 비해 자금회수에 훨씬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재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이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식매각제한제도는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3-6개월간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제도로 기관투자가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김철영 팀장은 ''주식매각제한제도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제도로 하루빨리 시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 스스로 투자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기업의 가치 제고에 나서 투자자금 마련의 기반이 되는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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