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20%선 감산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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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http://www.hynix.com)가 감산에 들어간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13일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의 적자부담을 덜고 D램 가격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을 결정했다" 면서 "다음주부터 감산의 규모와 방법.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의 감산 결정은 NEC.도시바.밴가드 등 일본.대만 업체들의 64메가D램 감산 발표에 이어 국내 업체로는 처음이다.

하이닉스는 일부 생산라인의 집단 휴가를 포함해 다양한 감산 방안을 강구 중이다. 감산 시기는 이르면 이달 말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규모는 많으면 한달 생산량의 20% 안팎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감산에 들어갈 경우 적자 폭이 큰 0.18마이크론(회로선 폭) 이상의 노후설비부터 손댈 것" 으로 전망했다.

하이닉스는 64메가D램 등 범용 반도체의 국제시세가 계속 떨어져 원가를 밑돌게 되자 지난달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감산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감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특히 마이크론.인피니온 등 '빅5' 업체들은 최근 대규모 증자 등을 통해 오히려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태세여서 하이닉스의 감산에 따른 이들 업체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에 앞서 대만의 D램 업체인 밴가드는 이달부터 64메가D램의 생산량을 20~25%, 일본 도시바는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요카이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생산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종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감산에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라고 진단했다.

감산에 따른 유휴설비를 다른 용도로 전환 또는 매각해야 하는데 D램뿐 아니라 다른 제품의 수요가 워낙 침체돼 설비전환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생산라인 가동률이 낮아지면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문제, 다른 대형 업체들이 감산에 동조해주지 않을 경우 시장만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장 큰 관심사는 반도체 시세가 과연 상승탄력을 얻을 수 있겠느냐 하는 점. 대신경제연구소의 진영훈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가 얼마나 감산할지가 관건" 이라면서 "일본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갔지만 시장반응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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