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연인 보면 웃음이 절로

중앙일보

입력

21일 개봉하는 '브랜단 앤 트루디' (원제 When Brendan met Trudy) 는 제목부터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로 꼽히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를 패러디한 인상을 준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아일랜드 영화인 '브랜단…' 은 '해리…' 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벌이는 사랑싸움을 속도감 있게 그린 유쾌한 코미디.

TV드라마.CF로 기초를 닦은 키에론 J 월쉬 감독의 데뷔작이다.

가장 큰 특징은 '선셋대로' '노틀담의 곱추' '아프리카의 여왕' '수색자' 등 많은 고전영화들의 장면을 극중에 삽입시켰다는 점. 영화 매니어라면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첫 장면부터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대로' 에서 젊은 시나리오 작가 조가 쇠락한 왕년의 대스타 노마에게 살해된 장면을 그대로 차용한다.

내성적인 중학교 교사인 브랜단(피터 맥도널드) 이 거침없는 성격의 '밤손님' 인 트루디(플로라 몽고메리) 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비 내리는 수영장에 죽은 척 하고 누워 있는 식이다.

위에서 열거한 작품들은 지독한 영화광인 브랜단의 심리변화를 보여주는 장치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브랜단…' 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를 재치 있는 대사와 우수꽝스런 상황을 통해 연결해준다.

티격태격 다투며 사랑을 이뤄가는 그들의 모습이 '해리…' 와 닮은 꼴이나 풋풋한 분위기가 우세한 '해리…' 와 달리 엽기적인 장면을 곳곳에 배치, 차별화를 꾀했다.

영화를 먹고 사는 브랜단(상상) 과 철저한 생활인인 트루디(현실) 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웃음이 수준급이다. 그 중간중간에 난민문제.중산층의 위선 등 사회적 이슈도 자연스럽게 비판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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