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권력'대 '연예권력'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7일 방영한 MBC-TV '시사매거진 2580' 의 '연예인 대 매니저 한.일 비교'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MBC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협회 소속 연예인들의 무기한 출연 거부 천명-프로그램 파행-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성명-협회 소속 가수들의 출연거부 성명- '2580' 제작진 성명으로 이어지며 방송계와 연예계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치 '방송 권력' 과 '연예 권력' 이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사례를 일반화해 연예인과 제작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불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언론중재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외면하고 실력행사부터 시작했다는 점은 유감이다. MBC 역시 비록 일부의 문제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노비문서' 등 극도의 자극적인 표현을 여과없이 전달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본다.

공중파의 위력이 큰 만큼 그것이 미칠 사회적 파장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양측이 철로 위를 마주 달리는 기차가 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무리한 요구는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양측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볼모로 힘겨루기를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은 공공과의 약속이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죄 없이' 파행으로 얼룩진 프로그램을 봐야만 했다.

더 이상은 안된다.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제작자협회는 제작자협회대로 마치 묵은 한을 풀듯 '이번에 본때를 보여주자' 는 식이 된다면 그것은 전파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차제에 방송사는 인기 연예인에 대한 프로그램 의존도를 낮추고 출연진에 대한 보수를 현실화해 방송계와 연예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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