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두려워한 해발 1273m … 대표팀 코피 쏟으며 적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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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훈련 직전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전 주장이자 산소탱크라 불리는 박지성(31)도 힘겨워한 경기가 있었다. 2009년 2월 11일 해발 1273m 고지대에 위치한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이다. 후반 36분 동점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를 이끈 박지성은 자서전에서 “차라리 날 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스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의 역대 이란 원정 성적은 2무2패다.

 송홍선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고지대에서 90분 뛰는 건 평지에서 130분 뛰는 것과 비슷하다.

최대 산소섭취량이 5~7% 감소해 한국 선수들은 후반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고지대가 많은 남미의 A매치 승률을 적용하면 이란의 승리 확률이 한국보다 40% 이상 높다”고 전했다. 송준섭 대표팀 주치의도 “고지대에서 두통에 시달리고 코피 흘리는 선수들이 나온다. 굉장히 건조하고 자외선량이 많아 얼굴이 따가울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도착해 현지 적응에 돌입한 대표팀 최 감독도 “이란 교민들도 계단을 오르면 산소가 부족해 숨이 찬다고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여러 선수가 고지대의 건조한 날씨에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 박주호(바젤)는 코피까지 쏟았다. 2005년 수색대를 전역한 20대 후반의 기자도 고지대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1㎞ 정도를 뛰어봤다. 금세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머리까지 아파 왔다.

 대표팀은 서서히 고지대 증후군을 이겨 내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량 조절과 정신력으로 제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희박한 공기로 인해 볼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비거리가 길어져 낙하지점을 미리 예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테헤란(이란)=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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