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법정관리 기업 처리 맡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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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陳稔)부총리가 최근 "법정관리 기업을 조속히 정리, 퇴출시키겠다" 고 언급한 데 대해 서울지방법원 파산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변동걸(卞東杰)수석부장은 6일 "채권금융기관에 기업의 퇴출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위헌적 요소가 많다" 고 밝혔다.

파산부측은 "파산부(波産部)는 병원이지 장의사가 아니다" 며 "陳부총리의 발언은 회사정리법상 정리절차 종결.폐지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권한이 사법부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卞수석부장은 이날 법정관리 중인 회사의 관리인들에게 "행정부의 발표로 인해 객관적인 영업현황 및 예측과 관계없이 생길 수 있는 막대한 영업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는 공문을 보냈다.

정상적인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들이 陳부총리의 발언으로 '곧 퇴출될 기업' 으로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것.

卞수석부장판사는 "전국의 법정관리 기업은 1백49개이고 부채규모는 대기업의 부채 수준인 약 14조원에 불과하다" 면서 "법정관리 기업들 때문에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식의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파산법원은 부실기업의 정리를 위해 법에 따라 도산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고 있으며 법정관리 기업이 무조건 망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이라고 지적했다.

파산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8개 회사가 회생해 법정관리가 종결됐으며 14개 기업이 퇴출됐다.

이에 앞서 파산부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달 법원통신망을 통해 "대부분 은행의 대주주가 정부인 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부실기업들이 정치논리에 영향을 받게 되는 관치금융을 조장한다" 고 비판했다.

서울변호사회도 성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기업 도산절차를 법원의 권한 밖에서 이뤄지게 하는 사법권 침해" 라고 주장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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