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게임시장 `빛좋은 개살구'

중앙일보

입력

올해 상반기 810억원 매출액을 기록하며 지난해같은 기간에 비해 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잠정집계된 국내 PC 게임 시장이 높은로열티 유출로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PC게임 시장에서 국산 게임은 판매순위로만 보면 전례없는 전성기를 누렸으나 정작 판매실적 면에서는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몇몇 대형 외국게임에 집중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빛소프트, EA코리아 등 올해 상반기 `히트작''을 냈던대표적인 PC게임 업체가 올린 매출의 상당부분이 외국 게임개발사에 로열티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잇따라 1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우며 국내 PC게임 판매사상 최초로 플래티넘 대열에 오른 한빛소프트의올해 상반기 매출액 추정치는 국내PC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380억원. 한빛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스타크래프트와 확장판인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모두 50만장 판매했으며 디아블로2는 60여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스타크래프트와 확장판의 로열티는 장당 12달러선으로 올해 상반기만 블리자드사가 챙긴 로열티는 모두 600만달러(약 78억원)로 한빛소프트 상반기 매출의 5분의1에 해당한다.

한빛소프트가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나 디아블로2의 로열티는 장당 18달러수준으로 알려져 60만장 판매를 기준으로 했을 때 총 로열티는 1천80만달러(약 140억원)로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두 게임의 로열티만으로도 올해 상반기 국내 PC게임 전체 시장의 27%가 로열티로 외국 게임 업체에 나가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10만여장이 판매돼 상반기 판매순위 4위에 올랐던 미국 EA사의 `피파2001''은 EA의 국내 법인인 EA코리아가 직접 유통하기 때문에 로열티를부담하지 않으나 매출액 대부분이 미국 본사에 송금되고 있다.

피파2001은 도매 마진을 제외하면 장당 2만2천500원이 EA사의 매출로 계산돼 10만장 판매를 기준으로 22억여원이 국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빠져 나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국내에서 게임으로만 29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외국 PC게임에 대한 지나친 매출 의존은 국내 개발사들에 대한 투자보다외국 유명 게임업체의 게임 수입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잘하는 선수가 많은 나라보다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게임을 잘 만드는 나라가 게임강국이 아니겠느냐"며 "대기업 투자가 활발한 국산 영화가 외국 영화 못지않게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국산 게임개발에도 대기업의 진출이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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