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 개선되지 않는 아마야구의 고질 병폐

중앙일보

입력

2일 휘문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5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대한야구협회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회 초반 심판들의 축승금 수수 파문이 터져나와 경기 출장거부로 이어진데 이어 마지막 결승전까지 편파 판정 논란이 번져 아마야구의 고질적인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고익동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집행부는 "메이저리그에도 오심이 있다"는 한마디로 변명을 늘어놓고 자신들끼리 사표를 제출했다 반려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야구인들의 지탄을 사고 있다.

지난 99년 검찰수사끝에 10여명의 감독과 심판들이 구속되는 곤욕을 치르고도 아마야구가 정화되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협회에 등록된 심판 19명은 주심으로 출장할 경우 6만원, 누심은 5만4천원의 경기 수당을 받는 것이 공식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의 전부다.

법정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다보니 아마야구 심판들은 끊임없이 `금품 수수' 의혹에서 자유로울수 없었고 아마야구는 십 수년간 매 대회때마다 편파판정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 이같은 상황속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협회의 의지다.

지방 대의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고 회장직무대행은 협회 집행부마저 자신의 측근들로 채운 상태. 더욱이 고 회장은 협회 인사중 가장 소신있게 정화운동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윤규 심판이사를 축출하는 방안으로 이번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고 야구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덮어뒀다가는 이후에도 `금품 수수 파문'은 재발될 수 밖에 없고 어린 꿈나무들은 또 상처를 입을 것이 뻔하다.

동대문구장은 몇몇 그릇된 관계자들의 생활터전이 아니며 더더욱 치부의 수단이 될 수도 없다는 지적을 협회 관계자들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주위의 수많은 지탄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협회 관계자들이 놀라울 따름이다.(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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