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아웃도어 업체들은 2015년 전에 국내 시장에서 퇴출될 겁니다.”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코리아의 조형래(53·사진) 신임 대표이사가 전망한 한국 아웃도어 시장의 미래다. 올해 2월 부임한 조 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커졌다 해도 40개 넘게 난립하다시피 한 아웃도어 업체가 다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의 1조원에 비해 다섯 배로 성장한 수치다. 이에 올 초에만 F&F의 ‘더 도어’, 제일모직의 ‘빈폴 아웃도어’ 등 10여 개 브랜드가 새로 생겼다. 올해 말 기준으로 총 45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조 대표는 “매장 수가 300개를 넘는 일부 업체의 가맹점 중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곳도 꽤 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런 포화시장에서 컬럼비아 코리아가 내세운 생존비결은 철저한 한국화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출시한 제품 중 70%가 국내에만 선보이는 맞춤형 제품일 정도다. “보습·투습·방습 기능인 ‘옴니테크 시리즈’를 비롯해 컬럼비아 스포츠웨어가 가진 200여 개 특허가 이런 현지 맞춤생산을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올 가을·겨울 신제품엔 기능성 원단이 신체 부위별로 다르게 적용된 ‘인체공학형 테크 디자인’을 내놓는다. 땀이 많이 나는 옆구리나 허벅지 안쪽 부분은 습기가 잘 빠져나가고, 추위를 많이 타는 목이나 어깨 부분은 보온이 잘되도록 서로 다른 원단을 쓰는 방식이다. 조 대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아웃도어 업체는 컬럼비아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컬럼비아는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쓰기보다 철저히 제품 기능을 홍보한다.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결국 기술력이 근간”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컬럼비아 코리아는 한국에서 지난해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20% 늘어난 3100억원이다. 190여 개인 현 매장 수를 유지하는 대신 매장당 매출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