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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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둘러싼 유럽문화의 멋과 역사적 의미를 커피 한잔을 마시듯 산뜻하게 풀어낸 고급 에세이다. 저자 이광주(인제대 명예교수.서양사) 씨가 유럽문화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것은 담론과 에로스.

저자는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서 담론의 씨앗을 발견하고 근대 계몽주의 시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살롱과 카페에서 유럽적 담론문화의 만개를 확인한다. 계층.성의 차별이 없이 자유롭게 대화가 오고 간 카페는 문학과 예술, 그리고 근대 민주주의의 요람이 되고 때론 혁명의 산실이 되기도 한다.

자유와 지성의 터전인 카페에서 말의 잔치는 간혹 몸의 향연으로도 이어지는데, 이것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이래 면면히 유럽문화의 저류를 관통하는 에로스적 요소와도 연결되며 이 책에서 교양과 재미를 함께 느끼게 한다.

베네치아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Florian) 은 1683년에 문을 연 이탈리아 최초의 카페다. 루소.괴테.스탕달.바이런.셸리.바그너.디킨스.모네.니체.릴케…등 내로라하는 문화인들이 이곳의 단골이었고, 커피광이던 나폴레옹도 베네치아에 입성해 제일 먼저 이곳을 찾았다.

정념과 지성이 교차하는 플로리안에서 커피 한잔 하자고 유혹하며 저자는 독자들을 유럽문화의 중심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사랑방 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지 못함을 아쉬워하기도 한 이 책의 17개 단편 중 7편의 내용 일부는 『유럽사회-풍속산책』(까치.1992년) 에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전면 수정했고 다른 10편은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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