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고용휴직제, 폐지가 맞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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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02면

‘특권 내려놓기’가 여의도 정치의 화두였던 적이 있다. 4개월 전 일이다.

여야 정쟁으로 19대 국회 개원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되자 정치권이 스스로 특권을 폐기·축소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여기엔 회기 중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 의원연금 개혁, 비회기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국무위원 겸직 금지 등이 망라돼 있다. 여야 의견이 상당 부분 일치해 국민들은 후속 조치가 신속히 취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누구도 특권 포기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최소한의 요구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의원연금제를 꼽을 수 있다.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은 65세 이상부터 매달 120만원씩 평생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의원들과 달리 보험료 한 푼 안 내고 평생 연금을 받게 만든 게 우리나라 의원연금제다. 세비 인상만 해도 그렇다. 19대 의원들은 지난해보다 20.3%나 인상된 돈을 받고 있다. 18대 회기 중에 의원 수당 규칙을 슬그머니 바꿔놓은 결과다. 청년 실업자들이 아우성치고, 30~40대에 직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가장들의 절규가 이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정치권의 행태가 이 모양이니 공무원들도 밥그릇 챙기기에 열을 올린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공무원들이 휴직을 빌미로 민간 기업이나 대학에 취업해 연봉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민관 인력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고용휴직제를 악용한 결과다. 이 제도 덕에 공무원들은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2~3년까지 민간 기업이나 대학·연구소 등에 취업해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산하기관 등에서 근무한 교과부 고용휴직자는 13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15명이 억대 연봉을 받았으며 나머지 직원들 또한 휴직 전 연봉에 비해 수천만원씩 더 받고 일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이 특별히 맡은 업무가 없는데도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가로 해당 학교에 연구개발(R&D) 사업비를 따오는 등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서 유치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특별성과급 명목으로 받는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현관(現官)예우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들이 원 부처에 돌아가면 휴직 기간 중 일했던 기관을 위해 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평무사한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얘기다. 교과부 말고 다른 부처의 상황은 어떤지도 살펴볼 일이다.

고용휴직제는 이렇게 원래 취지가 퇴색되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제도를 부분적으로 손질할 게 아니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잘못된 특권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폐지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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