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기준치의 최대 48배 나온 교실 조사 전까지 농도 높은 사실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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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북 A초등학교는 지난해 1월 학교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148㏃/㎥)보다 15배(2210㏃/㎥)나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라돈 농도가 기준치보다 5배 높아질수록 폐암 발병률이 2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A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화강암 지대여서 라돈 농도가 높은 데다 교실 바닥이 목재여서 화강암 지반에서 나오는 라돈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 라돈은 자연상태에서 우라늄이 붕괴할 때 생성되는 방사성 기체로 화강암 지대에서 주로 발생한다. 학교 관계자는 “나무 복도와 지반 사이의 빈 공간이 라돈 저장소 역할을 해 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조사 전까지는 라돈 농도가 높은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 초 건물 바닥에 가스배관을 넣어 라돈을 빼내는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나서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3일 국회 김태년(민주통합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라돈 정밀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03개 학교의 교실 평균 라돈 농도는 432.8㏃/㎥였다. 기준치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준치를 넘은 학교만 71곳(68.9%)이었다. 서울시내 지하철역의 평균 라돈 농도는 30.8㏃/㎥다.

 조사는 지난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담당했다. 대상은 화강암 지반이 많아 라돈 농도가 높은 대전·강원·경기·경북·전북·충남·충북 등 7개 지역 학교였다. 충북의 B초등학교는 라돈 농도가 무려 7210㏃/㎥에 달했다. 이 학교는 학생 수가 본래 적은 데다 라돈 농도까지 너무 높아 조사 직후 폐교 조치됐다. 연세대 조승연(환경공학과) 교수는 “라돈 농도가 1000~2000㏃/㎥만 돼도 원자력발전소의 통제구역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이 정도면 학생들이 담배를 물고 수업을 듣는 정도로 유해하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서는 라돈 농도가 높은 12개 학교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8개 학교는 위험군으로 지정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농도의 라돈이 체내에 오래 축적되면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기만 제대로 해도 라돈 위험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단국대 의대 하미나(예방의학과) 교수는 “라돈은 자연 방사성 물질로 밀폐된 공간에 쌓이는 게 문제”라며 “통풍이 잘되지 않는 겨울에는 2~3시간 주기로 실내 환기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은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라돈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며 “라돈 수치가 높은 학교는 저감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고위험군 학교에는 올 초 저감시설을 설치했으며 위험군도 내년까지는 설치할 계획”이라며 “실태조사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만 기자

◆베크렐(㏃)=방사능 물질의 국제 측정단위. 방사능을 발견한 프랑스 물리학자 베크렐(1852~1908)의 이름에서 따왔다. 1베크렐은 방사성 물질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1초 동안 방출하는 방사능의 양이다. 농도를 표시할 때는 ㏃/㎥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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