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 성공을 가꾸는 사람들(11)

중앙일보

입력

"아직도 축구경기만 보면 직접 뛰고 싶은 마음이굴뚝 같습니다"

2002 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KOWOC)의 국제담당관 김영민(28)씨가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접고 월드컵 업무에 뛰어 든 지는 겨우 3개월.

그러나 김영민씨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축구일본조직위원회(JAWOC)를상대로 얽혀 있는 복잡한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없어서는 안될 KOWOC의 당당한 조직원으로 한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88년 올림픽이 한국이 주최하는 종합경기대회였다면 2002년 월드컵은 FIFA의 주관 아래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함께 펼치는 축구대회다. 따라서 월드컵의 성공은 이들 두 조직과의 긴밀한 협조와 정보교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중요한 업무를 입사 3개월 밖에 안 된 젊은이가 해내고 있는 것은 유창한 영어 실력과 축구선수 경력에서 나오는 전문성 덕분. 김영민씨는 7살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간 뒤 초등학교 시절부터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미국 루이빌대학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올림픽팀의 상비군까지 선발됐다. 이후 캐나다프로축구 1부리그(CPSL) 요크 리전 슈터스에서 프로생활을 했으며 미국, 그리스. 에콰도르 리그 등에 진출,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워 갔다.

그러나 동양인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그를 따라다녀 출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한국에서 뛰어보기 위해 올해 3월 귀국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낙담한 그가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은 대한축구협회에 근무하는 친구의 권유 때문. 비록 선수로서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김영민씨는 전문성을 살려 조직위에 입사하게 됐고 지난 10일 끝난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심판 코디네이터로 활약하며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올림픽팀에서 선수 생활을 같이 했던 캐나다팀의 주장 제이슨 디보스를 컨페드드컵 대회 도중 만났을 때는 부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모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위해 한 몫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떨쳐버렸다.

"국적은 캐나다지만 `마이클 영민 김'이라는 한국 이름은 버리지 않았다"는 김영민씨는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지만 한국의 월드컵 성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것을 캐나다에 계신 부모님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