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박근혜 사과, 힘든 일 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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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오른쪽)가 24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경사진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인 17일 국립현충원을 찾아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사병의 묘역에 참배했다. 부근에 있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그냥 지나쳤다. 18일 새누리당에서 ‘진영논리’에 입각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자 그는 “권위주의 체제로 고통을 주고 인권을 유린한 정치세력이 과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면, 내가 제일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고 참배할 것”이라고 했었다.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면서 문 후보의 반응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문 후보는 “아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아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정책토론회를 겸한 ‘타운홀 미팅(유권자와의 만남)’에서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역사를 좀 제대로 정리해 국민화합·통합으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만 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박 후보의 사과와 관련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일을 했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역사에서 배워 이제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환영했다.

국민대 무인차량로봇연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후보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거사나 역대 대통령에 대한 안 후보의 인식과 행보는 문 후보와는 차이가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현충원을 들렀을 때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방문했다. 안 후보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26일 방문하기로 했다. 묘역 참배 후엔 권양숙 여사도 예방한다.

안 후보는 그간 기자들과 만나 역대 대통령들의 공과 과를 모두 언급해 왔다.

 박정희 시대에 대해선 “산업화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노동자·농민 등 너무 많은 이의 희생이 요구됐고, 권력이 사유화된 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정리했다. 김대중 정부에 대해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고난과 헌신, 환란 위기에서 IT 강국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복지국가의 기초를 다졌던 노력을 기억하나 애써 내디딘 남북 관계의 첫발이 국론분열을 일으켰고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19일 출마 회견에선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과를 묻는 질문에 “공(功)은 위에서 아래로의 권위주의 타파, 과(過)는 재벌의 경제 집중과 빈부격차 심화”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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