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엎어진 화분 보고 “바로 이거다” 무릎을 쳤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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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북도가 실시한 ‘스타 CEO 오디션’에서 우승한 홍나영 사장이 고양이 모양의 휴대전화 케이스 ‘코코캣’과 넘어지지 않는 화분 ‘에코팟’을 선보이고 있다. 장대석 기자

창업의 아이디어는 먼 데 있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느낀 소소한 불편을 흘려 넘기지 않고 개선 방법을 찾는 순간, 사업이 되고 돈으로 연결된다. 전북도가 처음으로 실시한 CEO 오디션이 이 같은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오디션의 우승자인 홍나영(38) 사장은 4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딸(초등 6학년)이 식물을 좋아해 작은 화분을 책상 위에 놓고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화분은 한번만 스쳐도 쉽게 넘어지고 흙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넘어지지 않는 화분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꽃집과 인터넷을 뒤졌지만 관련 상품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넘어지지 않는 화분’ 구상은 2009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아이디어 상업화 공모전에 뽑혔다. 2800만원의 창업자금을 받아 내친김에 ‘에코플러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홍 사장은 중기청과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1년간의 연구 끝에 2010년 말께 미니화분 ‘에코팟’을 내놨다. 에코팟은 천냥금·아이비·푸밀라 등 공기정화 식물을 화분에 심고, 밑 부분에는 패킹을 달았다. 이 때문에 테이블·창가 등 어느 장소에서든 화분을 흔들림이 없이 고정시킬 수 있다. 또 벽·창문 등에 걸 수 있는 화분걸이도 개발했다. 주변에서 “디자인이 멋지고 제품이 실용적이다” “쓰러지지 않는 화분이라니 신기하다” “제품이 깜찍하고 재미있다”는 반응과 함께 선물·판촉용 등으로 주문이 밀린다.

 올 3월에는 ‘코코캣’이라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선보였다. 고양이 모양인 케이스의 한쪽 귀를 잡아 당겨 휴대전화를 쉽게 끄거나 켤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 제품 역시 휴대전화 버튼이 작아 손톱으로 찍어 눌러야 하는 불편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매출은 올해 7000만원, 내년에는 2억원을 목표로 한다.

 홍 사장은 “발명은 거창하고 특별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때 멋진 아이디어가 싹튼다”며 “매년 2~3개씩 신상품을 선보이는 아이디어 벤처의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스타 CEO(최고경영자) 오디션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을 발굴해 성취 동기를 부여하고 창업의 꿈을 북돋워 주자”는 취지로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총 44개 업체가 참여해 1차(서류심사)로 16개 업체를 골랐고, 2차(현장실사·면접)에서 6개 업체로 압축했다. 지난 17일 열린 결선에는 일반인 100여 명과 컨설팅 전문가·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3명의 스타 CEO를 뽑았다.

  최종 우승자로는 홍 사장과 황수연(전통식품) 대표, 장태섭(태경통상) 사장 등이 선정됐다. 황 대표는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청국장·된장 등 장류를 생산한다. 유기농 콩을 직접 재배하고, 쇼핑몰을 통한 인터넷 판매에 주력하는 등 다른 장류 업체와의 차별화에 노력을 쏟고 있다. 장 사장은 인테리어용으로 쓸 수 있는 조립식 친환경 아트타일을 선보여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북도는 이들 업체에 2000만원의 경영자금과 최대 3000만원의 특례보증금(자부담 연리 2.8%)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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