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의 트렌드 파일] 입소문은 구매력 직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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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에 가 줄 서서 기다렸다 영화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사람들이 제일 예약을 많이 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본 관람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를 살펴보고 영화관을 찾는 게 최근의 추세다. 영화 광고 문구도 대부분 전문가나 보통 사람들의 관람 평을 뽑아다 쓰고 있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 대세를 장악한 이 시대, 우린 너무나 많은 정보들에 오히려 막막해지곤 한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들의 구매 초점은 '과연 이 제품이 믿을 만한 것인가'에 집중된다. 광고주가 주장하는 광고 내용은 선택을 자극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거나 아니면 그 분야 전문가가 추천해 준 상품을 고르고 싶어한다.

마샤 스튜어트란 미국의 평범한 가정주부는 이런 소비 트렌드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녀는 잡지나 TV 토크쇼 등에 나타나 자신만의 살림 노하우를 얘기하면서 무얼 살지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그녀가 추천한 생활용품은 히트 상품이 됐고, 덕분에 그녀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속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개인 또는 특정매체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소비자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의 소비를 미국에선 '큐레이티드 컨섬션(Curated Consumption)'이라 부른다. 한국말로 하자면 '방향 제시형 소비'라고나 할까. 미래 소비 형태의 대표적인 트렌드라 하겠다.

이런 소비 패턴을 우리도 익히 경험해 봤다. 대표적인 경우가 MBC 프로그램 느낌표 중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란 코너다. 느낌표 선정 도서(사진)란 타이틀은 베스트셀러로 가는 지름길이었고 전체 책 시장 규모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미국엔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란 매체가 있다. 컨슈머 리포트에서 신상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을 만큼 소비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체험 마케팅도 최근 이슈가 되는 마케팅 기법이다. MP3 아이리버, 휴대전화 애니콜과 싸이언 등이 상품 체험관을 앞다투어 만들고 있는 건 앞서 경험해 본 고객들의 평가가 중요한 마케팅 소스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인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에서 고객의 경험 속에서 우러난 체험담은 확실한 정보로서 구매와 연결될 확률이 높으며 업체의 일방적인 광고는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 쓰레기 메일이 난무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제품 판매가 늘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얼마 전부터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관람 후기나 구매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마샤 스튜어트와 같은 한국판 인터넷 스타 소비 코디네이터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젠 기업들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 일방적인 광고만으로 인지도를 올릴지는 모르나 실질적인 매출 효과를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은 좋은 제품으로 여론을 얻어야겠지만 강력한 입소문을 내기 위한 마케팅 투자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말 한마디가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김해련 ㈜아이에프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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