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주택용 전기 요금 지난해보다 1090억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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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달 주택용 전기료가 급증한 사실이 정부의 공식 집계로 확인됐다.

 지식경제부는 20일 한국전력이 전국 가정에 판매한 전력이 8월에 64억5000만㎾h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의 57억㎾h에 비해 12.5% 늘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여름철 사용량으로는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전력 소비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늘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대 최고라는 뜻이다. 단순 계산으로 주택용 전력의 판매단가(㎾h당 127원)를 사용량 증가분(7억㎾h)에 곱하면 국내 가정이 1090억원에 이르는 전기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 셈이다. 가정별로 적용되는 누진제를 고려하면 부담액은 더 불어난다. 최규종 지경부 과장은 “전국 5대 도시의 폭염(섭씨 33도 이상) 일수가 11일을 기록한 데다 열대야(야간 25도 이상)도 23일이 지속되면서 냉방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학교 등의 교육용 전력 소비도 전년보다 8% 늘었고, 산업용은 2.3% 증가했다. 최근 8월분 전기료 고지서가 발송되면서 ‘요금 폭탄’ 논란이 거셌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최고 11.7배 비싼 요금을 물리는 6단계 누진제 때문에 수십만원의 고지서를 받은 소비자가 속출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한전은 결국 지난 7일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지경부도 17일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면서 “누진제 탓에 올해 요금이 증가했다”고 인정했다. 누진제는 월 사용량이 300㎾h를 넘을 경우 부담이 급증하는데 올해 대상 가구가 전년(약 40%)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경부는 “누진 구간 완화 시 저소득층 부담이 우려되고 전력 과소비를 부추긴다”며 연내 개선 의사가 없다고 했다. 현재 전력 공급은 수요를 못 따라간다. 징벌적 누진제가 존속할 경우 내년 여름에도 폭염이 지속되면 ‘요금 폭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4인 가구 평균 사용량에 비춰 원가 아래로 공급되는 누진제 1단계 구간을 월 100㎾h에서 250㎾h로 완화해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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