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떨어져 제조업 이익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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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들어 고유가와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1분기 1000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117원이 넘는 이익을 냈지만 올 1분기에는 84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

반면 부실을 털어 낸 금융회사들의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증권선물거래소는 18일 거래소(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 제조업 부진, 금융업 호전=거래소의 12월 결산 법인 566개 중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537개사(금융업 9개사)의 1분기 매출은 151조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1%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조4340억원, 12조1223억원으로 16.19%씩 줄었다.

특히 제조업의 영업이익(11조8731억원, 25.77% 감소)과 순이익(10조9964억원, 20.5% 감소)이 크게 줄었다. 제조업이 장사를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8.39%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83.9원을 남겼다는 뜻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7.3원보다 28% 낮아졌다. 코스닥 기업의 실적도 부진했다. 12월 결산 707개 사의 영업이익(6818억원, 9.2% 감소)과 순이익(5687억원, 12.5% 감소) 모두 줄었다. 특히 314개 벤처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09%, 33.52% 떨어졌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올라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수출 주도기업과 조선업체들이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금융업의 실적은 좋아졌다.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대부분 지난해 쌓아놓은 데다 올 들어 신규 부실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금융업 9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56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배 이상 많아졌고 창투사 등 코스닥의 9개 금융업종 상장사도 매출.이익 모두 개선됐다.

◆ 하반기부터 나아질 듯=부진한 1분기 실적은 환율.유가는 물론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 등 악재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 증권사의 예상이다. 대신증권 주명호 기업분석팀장은 "3분기부터 환율.고유가 등의 변수가 줄고 수출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상황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경기 회복도 본격화해 기업 실적이 뚜렷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대기업 위주 192개 상장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1분기에는 전년 대비 17.9% 줄고 2분기에도 14.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3분기에 3.0% 증가로 돌아서는 등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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