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박지원·이해찬 지원에 10억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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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경숙(51·여) 라디오21 방송편성제작본부장이 지난 4·11 총선 공천 청탁 대가 등으로 받은 40억9000만원가운데 10억원가량을 민주통합당 박지원(70) 원내대표와 이해찬(60) 당 대표의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모집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돈 공천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14일 이를 포함해 3주간 진행된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씨와 양씨에게 돈을 준 서울 강서구청 산하기관장 이양호(56)씨, H세무법인 대표 이규섭(57)씨, F시행사 대표 정일수(52)씨 등 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는 지난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박 원내대표, 6월 전당대회에선 이 대표 지원에 각각 수억원씩 모두 10억원가량을 썼다. 양씨가 박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당내 경선 과정을 도운 과정도 상세하게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지역위원장 이모씨 소개로 양씨를 만나 “당 대표 경선에서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도와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에 양씨는 1월 박 원내대표 명의로 24차례에 걸쳐 11만6259건의 홍보메시지를 보냈다. 양씨는 “관리하던 300여 명의 인터넷카페 운영자,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27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양씨는 또 5월 말 이 대표 팬클럽(‘아이러브 이해찬’) 회장 출신인 박모(51)씨의 요청을 받고 이 대표의 경선을 도왔다. 양씨는 검찰에서 “6월 당 대표 경선에서 4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해 줬다”고 진술했다.

 중수부는 이 부분이 당내 경선에서 모바일 자금을 쓴 특수 사안인 점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로 넘겨 계속 수사토록 했다.

 검찰은 또 40억9000만원 가운데 7억원가량이 돈세탁을 거쳐 현금화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특히 7억원 중 일부가 민주통합당 전·현직 고위 인사에게 흘러간 단서를 잡고 사용처를 캐고 있다.

 검찰은 나머지 20억원은 양씨가 유세용 차량 등 선거 홍보비용에 사용하고 회사 운영비로도 4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파악했다. 이 40억9000만원은 모두 양씨가 관리해온 라디오21 운영법인인 ‘문화네트워크’ 명의 새마을금고 계좌에 입금됐다가 전국의 180여 개 계좌로 분산 송금되는 과정을 거쳐 쓰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양씨가 일시귀국했다 이틀 후에 다시 출국했는데 하루 만에 많은 선거인단을 모집했다는 것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양씨의 진술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중수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 측도 “양씨가 27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는 것은 양씨의 일방적인 진술이다. 실제로 그만큼 많은 인원을 모은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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