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룸살롱 뇌물 캐기 vs 검찰간부 가족 비리 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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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검찰과 경찰이 특정 사건 수사를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불거진 사건은 ▶검찰의 ‘어제오늘내일(YTT)’ 등 서울 강남 일대 유흥주점 수사 ▶경찰의 현직 세무서장 비리 의혹 수사 ▶3조5000억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사망과 관련한 의혹 등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7월 강남 최대 룸살롱 YTT를 압수수색한 후 “경찰관들에게 상납한 의혹이 있어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YTT의 실 소유주 김모(52)씨를 구속한 후 실제로 일선 경찰관들의 비리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조사를 받고 나온 이들에 따르면 검찰 수사는 경찰관, 특히 고위 간부의 연루 여부에 집중돼 있다. 경찰에서는 “수사권 조정 갈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을 대놓고 손보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언제든지 지분을 줄 테니 함께 수사에 참여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반대로 경찰이 공들이고 있는 현직 세무서장의 비리 의혹 사건은 검찰에 대한 ‘견제 메시지’라는 해석이 많다.

 서울 지역의 현직 세무서장이 육류수입업자에게서 3000여만원의 골프비용을 대납받았다는 게 사건 내용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당 골프장에 대해 지난달부터 다섯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기각했다. 경찰 수사 관계자는 “세무서장이 육류업자의 법인카드로 골프비용을 결제했다는 정황을 확인키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며 “영장 기각이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압수수색 범위가 너무 넓어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들은 “세무서장이 ‘가족 중 검찰 간부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 내에서는 이 세무서장이 골프장에 검찰 간부들과 동행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2008년 중국으로 밀항)씨 수사에 대한 시각도 전혀 다르다. 검찰은 조씨의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 공안당국과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5월 “조씨가 사망했다”고 발표했었다. 경찰은 당시 “지난해 12월 19일 중국 칭다오 위하이시의 한 호텔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장례식 동영상과 사망진단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 국제협력단 관계자는 “경찰의 발표 직후 구두로 중국 공안당국에 조씨의 생사를 알아봐달라 요청했고, 7월에는 정식 공문도 보냈다”고 설명했다. 경찰 발표가 미심쩍어 독자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경찰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조씨 밀항에 연루돼 몇몇 경찰관이 옷을 벗기까지 한 사건이라서다. 당시 경찰 최고위 간부 관련설도 제기됐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망 정황을 종합해 발표했을 뿐 조씨의 생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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