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무덤 열어 독살설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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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라파트

8년 전 사망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시신이 조만간 발굴된다. 아라파트가 독살됐는지를 밝혀 달라는 유족 청원에 따라 프랑스 사법 당국이 사인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치안판사 3명은 고인 묘역이 있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로 곧 출발한다.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도 “판사들이 라말라로 가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판사들은 파낸 시신에서 샘플을 채취해 정밀검사하게 된다.

 라말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임시 행정수도로 삼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법집행 조치가 이뤄지려면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동의도 필요하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미 시신 발굴 허가를 내줬다. 관건은 독살 배후로 지목돼 온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독살 가능성 자체를 부인할뿐더러 이 조사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7월엔 외교부 대변인이 “거짓 증거에 기반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뉴스가 아닌 코미디 프로에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아라파트 독살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7월 초 아랍권 알자지라방송 보도가 나오면서다. 방송은 “스위스 로잔대학 연구진이 아라파트의 유품 일부에서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을 검출했다”고 전했다. 폴로늄은 청산가리보다 2500만 배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하 여사와 아라파트의 딸 자우라는 곧바로 사인을 규명해달라는 소송을 프랑스 낭테르 법원에 냈다.

 아라파트는 2004년 11월 체중감소·구토·복통 등 증세를 보여 파리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사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부검 없이 시신이 매장됐고, 이후 이스라엘에 의한 독살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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