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김용민,양경숙 활동 방송서 막말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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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왼쪽)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얘기를 듣고 있다. [김경빈 기자]
양경숙

‘모바일 투표’는 민주통합당이 지난 1월 당 대표 경선에서 처음 도입한 실험적 제도다. 휴대전화로 투표와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거기서 본인 인증을 하면 누구나 바로 투표할 수 있는 게 모바일 투표다. 현장에 가지 않고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이 제도는 젊은 층의 정치참여를 늘린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음지의 모바일 권력’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 공천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양경숙(51) 라디오21 방송편성제작본부장이 그렇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3000여 차례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렇다 할 공직 경험도 없는 양씨와 가까이하게 된 계기가 바로 모바일 투표 때문이었다.

 박 원내대표 측 인사는 3일 “1월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가 새로 도입돼 선거 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친노그룹) ‘국민의 명령 백만 민란’의 간부라는 양씨를 소개받았다”며 “생소한 모바일 투표를 앞두고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이 필요했던 때였는데 어떻게 마다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양씨와 돈이 오간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인사는 “지난해 말 민주통합당이 창당되지 않았으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되는 게 확실했을 텐데 야권이 통합하면서 모바일 투표가 들어왔고, 그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 이때 노사모 출신의 양씨가 친노그룹이랑 잘 알고 모바일 표를 몰아줄 수 있다면서 접근했다고 들었다. 나한테도 박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전화를 해왔다”고 전했다.

 야권에 따르면 양씨는 진보 성향의 SNS·인터넷 공간에선 제법 필명이 있는 인사였다. 라디오21의 본부장으로 방송을 진행했고, 진보 인터넷 웹진인 ‘서프라이즈’ 이사로 활동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서프라이즈에서 양씨가 쓰는 닉네임인 ‘isky’는 꽤 유명한 편이었다”고 전했다.

 양씨가 박 원내대표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 이 중 위법 혐의는 있는지는 검찰이 수사 중이지만 일단 양씨는 올 초부터 모바일 투표 층이 주로 소통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박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 글을 계속 올렸다. 1월 전당대회를 앞두곤 당 안팎 인사들에게 새벽 4시쯤 장문의 ‘박지원 지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4월 총선 공천이 결정된 3월 전후엔 “박지원의 진면목을 모르는 자 정치를 논하지 마라” “박지원 1/10만큼만 하라” “청년 박지원을 응원합니다” “박지원은 중심이 태산입니다”와 같이 박 원내대표를 띄우는 글들을 그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렸다.

 반면에 공천 당시 한명숙 대표 등을 비롯해 여러 명의 민주당 사람이 그의 비난 대상이었다. 하지만 당시 “양씨를 알던 인사들은 양씨와 토론하려 하기보다는 피했다”(민주당 초선의원)고 한다. SNS나 모바일에서 양씨의 힘을 의식한 듯한 얘기다.

 모바일 투표로 만들어진 권력이 양씨만은 아니다. ‘나꼼수’나 ‘미권스’(정봉주 전 의원 지지모임) 등은 이미 야권에선 거대권력으로 공인된 상태다.

 나꼼수·미권스 등 수십만의 회원 또는 팬클럽을 자랑하는 이들에 대해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까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모바일 투표는 소수의 집결된 지지층이 있거나 지지층이 없어도 ‘모바일 강자’를 빌려와 치르면 된다는 점에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꼼수 멤버 김용민씨는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막말파문을 일으키며 낙선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30여억원을 받고 ‘네티즌 몫’의 비례대표 공천을 알선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막말을 한 곳은 공교롭게 양씨가 활동했던 라디오21(2005년 2월 5일 방송)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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