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세 번째 불 … 부산 지하철이 이상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28일 오후 부산지하철 1호선 대티역 인근에서 달리던 전동차에 불이 나 천장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났다. 지하철 관계자들이 객차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부산일보]

아찔한 순간이었다. 달리던 지하철 객차에서 불이 나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부산지하철에서 일어났다. 부산지하철 1호선에서 전기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해 불이 난 것은 1년 새 세 번째다.

 27일 오후 2시3분쯤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근처에서 운행 중이던 전동차의 지붕 부분에 불이 났다.

서대신동역을 출발해 대티역으로 가던 1161호 전동차가 대티역을 200m쯤 남겨 둔 지점을 지날 때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8량의 객차 중 끝에서 두 번째 객차에 불꽃이 발생했다. 열차 지붕 일부가 불에 탔으며 객차 내부 천장도 불길에 녹아내렸다. 전동차 지붕에는 30㎝가량의 구멍이 뚫리고 객차는 심한 연기에 휩싸였다. 기관사 이모씨는 대티역에 도착한 뒤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20분 만에 꺼졌다.

 이 사고로 고모(25)씨 등 승객 40여 명이 연기를 마셔 부산대와 동아대 등 인근 6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고씨 등은 연기를 많이 마셔 기도에 손상을 입었고, 다른 이송자들은 부상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사 이모씨는 “대티역 200여m를 남겨 두고 열차 지붕 위 팬터그래프(전기를 받는 장비)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며 “선로 중간에 전동차를 세울 수 없어 대티역에 정차하자마자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 발생 직후 정전까지 발생해 탈출을 시도하는 200여 명의 승객들이 뒤엉키면서 큰 소동을 빚었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던 배진수(47)씨는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오른 데다 정전으로 앞을 분간할 수 없어 많은 승객들이 우왕좌왕했다”면서 “그런데도 대피요원이 보이지 않았고 안내방송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덕조 국토부 철도안전기획단 운행관제팀 사무관은 “열차 지붕 일부 부품에 불이 탔을 뿐 열차 객실 내부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재팀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객차 내부 곳곳에도 심한 그을음과 함께 타고 남은 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객차 내부는 물론 바깥 선로 벽면의 광고 구조물도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나용무 부산지하철노조 승무지부장은 “화재가 다행히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발생해 신속한 대피가 이뤄져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대피가 힘든 역과 역 사이 중간쯤에서 일어나 객차 내로 번졌더라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버금가는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사고 때는 192명이 숨졌다.

 1985년 개통된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 전동차 외부 전력 공급선과 회로 차단기 등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나 전동차가 멈춰서는 일이 발생해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 나왔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 27일에는 남포역과 중앙동역 사이에서 전기화재가 나 승객 750명이 40분간 객차에 갇혀 공포에 떠는 사고가 있었다.

부산=위성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