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2신도시 견본주택 '인산인해'…"이번엔 분위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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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현장을 찾았습니다. 마침 근처에 다른 일이 있어서 갔다가 모처럼 신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분양 현장을 보고 싶어서 차를 향했죠.

그런데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군요. 견본주택을 보러 몰리는 자동차 때문에 주변 도로는 정체를 겪고 있었습니다. 주차장 입구엔 출입구마다 100m 이상 차가 줄 서 있었습니다.

한산한 요즘 대부분의 견본주택 현장을 떠올리며 ‘한 시간 이내 다 훑어보겠다’고 생각했던 건 완전히 오산이었죠.

입구에서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더군요. 중간에 끼어드는 차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대기하는 동안엔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학생이나 40~50대 여성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미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등의 유인물을 전해주더군요. ‘수원 아이파크시티’, ‘수원 SK 스카이뷰’, ‘광교신도시 푸르지오 월드마크’, ‘동탄 삼성스마트쉐르빌 근린상가’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웬만한 미분양 상태의 부동산은 다 출동한 듯했습니다.

주차를 하고도 견본주택을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동시분양 참여사가 마련해 놓은 5개의 견본주택 앞마다 50~100m 이상 줄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곳 하나 30분 이내에 입장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더군요.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 요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니 의아스러웠습니다.

급한 마음에 동시분양을 하는 건설사 가운데 한곳을 찍어 홍보팀을 통해 현장에 있는 분양소장에게 SOS를 쳤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는 한곳도 제대로 보기 힘들 것 같아서 편법을 동원한 셈이죠.

기자를 만난 분양소장은 “1시간 정도씩은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우리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모처럼 활기에 많이 고양돼 있는 듯했습니다.

▲ 이달 2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5개 단지 4100여 가구의 견본주택이 문을 열었다. 이들 견본주택에는 3일동안 4만여 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진은 견본주택에 입장하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실수요 대거 몰려

견본주택 내부 분위기도 밖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문객을 위해 마련한 신발주머니는 모두 동이 나 비닐봉지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잠시 앉아 있을 만한 쉴 공간이 없을 정도로 내부는 북적였습니다.

이번엔 내부에 마련된 유닛을 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더군요.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이번엔 ‘새치기’를 하지 않고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다 내 뒤에서 줄을 서던 어린 딸과 함께 온 젊은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탄1신도시에 전세를 얻어 있다고 하더군요.

“동탄2신도시처럼 대규모 신도시에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게 꿈이었어요. 분양가가 조금 더 저렴했으면 좋겠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면서 무작위로 10명 단위로 방문객 유형을 나눠봤습니다. 초등학생 이하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부부끼리만 온 경우가 그 다음으로 많았고 저처럼 혼자 둘러보는 듯한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더군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대부분 실수요자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닛에 들어가니 도우미에게 이것저것 묻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발코니 확장 부위 등 내부 구조를 꼼꼼히 메모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습니다.

상담석도 빈자리가 없습니다. 상담을 기다리는 대기석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대출이자 등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신한은행에서 나왔다는 대출상담 창구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늘도 벌써 50여명을 상담했는데 물어보는 게 아주 구체적이에요. 대부분 청약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더군요.”

마침 상담을 하는 한 방문객에게 청약을 할 계획인지 물었습니다. 이렇게 답하더군요.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밑으로 떨어지길 기대했지만 그보다는 높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주택시장이 더 떨어진다고 해도 이 정도 가격이면 무릎에는 사는 셈인데 손해 아니라고 봅니다. 입지도 좋고 직장도 근처라 청약을 할 계획입니다.”

동시분양 건설사들에 따르면 이날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은 1만5000여명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4만여명이 견본주택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견본주택 현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찾은 젊은 부부들이 가장 많았다.


한 건설업체의 분양소장은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정리하더군요.

“젊은 부부 수요자가 가장 많습니다. 방문객 가운데 절반이상이 동탄1신도시의 세입자나 오래된 주택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나고요. 오산, 안성, 평택, 수원 등 경기 남부지역 거주자도 많이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 대규모 공단 근로자 등 실수요자들이 많아 기대가 큽니다. 동탄2신도시 분양이 침체된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을 향후 주택시장의 가늠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탄1신도시보다 저렴한 분양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신도시, 대기업 공장 건립 등 주변의 다양한 개발 계획 등 호재도 많아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죠. 여기마저 성공 못하면 주택시장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동탄2신도시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대거 몰린 현상이 많은 기대를 하게 하네요. 동탄2신도시가 주택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좋은 상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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