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외교, 투트랙으로 경색 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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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전기고문을 계기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기 위해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해 고문 진상조사 요구와 함께 교류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two track) 외교노선을 취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22일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행사를 계기로 투트랙 외교 기조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2007년 수교 15주년 행사엔 차관이 참석했었다. 또 주중 한국대사관이 31일 베이징에서 주최하는 기념 리셉션에는 중국이 파격적으로 고위 인사를 참석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부총리급)이 참석하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5년 전 리셉션에 참석한 중국 측 최고위 인사는 뤄하오차이(羅豪才) 당시 중·한우호협회장이었다.

 김영환씨 전기고문 사건 이후 냉각됐던 양국 관계가 수교 20주년 행사를 계기로 정상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은 돌발 사건이 발생해도 정상적인 외교채널은 계속 가동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국립외교원 신정승 중국연구센터장(전 주중대사)은 “정상적 외교는 하면서 우리의 원칙을 계속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교부 안팎에서는 고문 사건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커녕 계속 발뺌하는 중국에 대해 끝까지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엔 약하게 물러서고, 일본엔 강하게 맞서는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도 있다. 성균관대 이희옥(중국정치) 교수는 “김영환씨 고문 사건에 대해 중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선 인권 문제를 원칙대로 제기해야 (대중 외교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며 “너무 약하게 대응하면 다음 정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고문 사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양자 회담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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