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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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요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힘들다. 벌써 4년째 착 가라앉은 부동산 경기 탓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버겁다고 아우성이다. 주택 거래는 실종된지 오래고 상가•토지•오피스 거래도 뚝 끊겼다.

그나마 전‧월세 등 임대 거래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집 못 팔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주택 수요자 만큼이나 부동산중개업자도 애가 탄다.

하지만 경기 탓만 하며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사무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을 합동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주택 대신 특정 분야만 전문적으로 공략하며 돌파구를 찾는 이들이 있다. 불황을 이기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인천 남구 도화동 북성공인(032-867-3377) 사무실에는 이강한 대표(50•사진)를 포함해 대표가 3명이 있다. 3명 모두 각각 사무실을 운영하며 10년 이상 중개업계에 몸 담은 고수들이다.

하지만 고수도 불황의 늪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달에 한건도 거래를 하지 못해도 사무실 임대료와 전기세는 내야 했다.

고민하던 이 대표는 올 3월 사무실을 합치기로 했다. 운영비 절감 정도만 기대했던 이 대표는 요즘 출근길이 즐겁다. 운영비 절감은 물론이고 정보 교류, 의욕 충전 등 시너지 효과가 큰 덕분이다.

-3명의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나.“지역이 비슷하고 같은 업종에 있다보니 가끔씩 중개 과정에서 접촉했었다. 2명은 남동구 도화동, 1명은 계양구 계양동에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을 합쳐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올 초 사용하던 사무실을 비워주고 새로 얻어야 했다. 임대료와 공과금, 전기세 등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한탄조로 이런 얘기를 했는데 같은 도화동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던 대표와 마음이 맞아서 합동 사무실을 차리게 됐다. 그리고 석달 뒤에 1명이 더 합류했다. 다들 마음이 같은거다. 들어오는 수입은 없는데 운영비는 무조건 나가야 하는 지출이니…. 왜 아깝지 않겠나.”

▲ 인천 남구 도화동 북성공인은 이강한 대표(가운데)를 포함해 3명의 대표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중개하는 분야는 같은건가.“3명 모두 공장부지나 임대, 토지 관련 중개를 주로 한다. 같은 대학, 같은 과인 셈이다. 오륙공단, 가좌동 목재단지 등이 주 무대다.”

-사무실을 합치고 지출이 얼마나 줄었나.“3분의 2 정도가 줄었다. 이전에는 33㎡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로 150만원 이상 썼는데 지금은 66㎡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월 50만~60만원 정도 쓴다.”

-운영비 절감 외에 좋은 점이 있나.“운영비 절감이야 예상했던 부분인데 그 외에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우선 물량이 많아졌다. 혼자 확보할 수 있는 매물은 한계가 있는데 3명의 매물이 합쳐지니 매수자가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쉽게 찾아줄 수 있어 거래 확률이 높아졌다.

또 서로 알고 있는 정보가 교류가 되니 고객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신뢰를 얻기도 유리하다. 고객이 문의를 했을 때 내가 모르는 내용을 다른 대표가 대응하는 식이다. 고객에게 전문가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무실 규모도 커지고 대응할 수 있는 인원도 많으니….”

-아무래도 고객을 나눠가져야 할텐데 수익이 줄지는 않았나.“수익은 거의 그대로다. 되레 조금 늘어난 것 같다. 정보력이 좋아지고 규모가 커지다 보니 찾는 고객도 조금 늘어난 것 같다. 물론 전체적인 수익률로 따지면 확 좋아졌다. 수익이 그대로라도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 사무실을 쓰지만 결국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닌가.“그 점이 오히려 득이 된다. 혼자 있을 때는 하루종일 사무실 지키다가 맥이 빠져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기도 했지만 여럿이 있으니 경쟁심이 발동되서 의욕이 생긴다. 맥이 풀리려다가도 다른 대표가 계약하거나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이다.”

-한 고객을 두고 다툼은 없는지. 예컨대 스스로 사무실에 찾아오는 고객도 있지 않나.“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상의가 됐다. 일종의 당직제를 운영한다. 예컨대 오늘 내가 당직이면 오늘 사무실에 찾아온 고객은 내가 응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성사된 계약으로 인한 수익은 3명이 나눈다. 물론 계약 성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당직의 몫을 크게 책정한다.”

-불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처음에는 내가 손해인 것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생각은 사라진다. 내가 당직이 아니어서 계약 성사에 실제로 도움을 준 것이 없어도 수익을 배당 받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점은 없나.“사무실을 합친지 반년됐다. 앞으로 불만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혼자 있을 때보다 좋다. 운영비 절감뿐 아니라 정보 수집 능력이 3배 이상 좋아졌다.

물론 사람의 감정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초기에 분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수익 배분 등을 확실히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는 반보씩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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