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게 "김연아, IOC 위원 출마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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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해 “명백한 정치적 행위이며 IOC 규정에 근거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로게 위원장이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세계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런던 로이터=뉴시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시종일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을 꺾은 후 경기장에서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 선수의 메달 박탈 가능성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대해서다. IOC의 헌법 격인 올림픽헌장 50조는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에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로게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IOC 측 제의로 성사됐다. IOC는 여름·겨울 올림픽 개최 예정국의 매체를 하나씩 선정했다. 아시아에선 중앙일보를 선택했다.

인터뷰는 IOC 본부 호텔인 런던 힐튼 파크레인호텔의 로게 위원장 집무실에서 약 30분간 진행됐다.

 -박 선수 메달 박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정치권 등에서 박 선수 옹호 여론이 뜨겁다.

 “지금 말하는 건 이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그에 따라 IOC 규율위원회가 징계 수위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올림픽헌장 관련 규정은 선수들도 사전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해도 규정은 지켜지기 위해 있는 것이다.”

 -박 선수 사태를 두고 1968년 멕시코시티 여름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였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가 검은색 장갑을 끼고 시상대에 올랐다가 문제가 된 사례가 거론된다.

 “박 선수의 경우는 멕시코시티 사태와도 성격이 다르다. 멕시코시티의 흑인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검은 장갑을 끼고 시상대에 섰다. 일종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목소리를 낸 것이지만 그것도 엄격히 보면 일종의 정치적 표현이다. 전 인류의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을 치러내야 하는 IOC로서는 보수적으로 엄격히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박 선수의 경우는 하나의 국가(일본)를 상대로 영토 문제에 관련된 입장을 표명한 것이므로 정치적 표현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일본의 욱일승천기 유니폼 역시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았나.

 “욱일승천기 유니폼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다.”

 -문제가 안 된다는 의미인가.

 “적어도 IOC 내에선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

 -펜싱 신아람 선수 오심 사건에 대한 입장은.

 “오심은 국제펜싱연맹(FIE)의 소관이고, IOC 위원장으로서 그 일을 세세히 챙기진 못했다. 그러나 오심이 있어도 괜찮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한국이 종합 5위로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냈는데.

 “한국이 양궁과 쇼트트랙만 잘하는 게 아님을 증명해 준 대회다. 한국의 스포츠 저변 다양화를 눈으로 목도할 수 있어 즐거웠다. 시차가 있는 한국에서도 시청률이 높았다고 전해 들어 기쁘다. 올림픽에선 TV 중계 역시 중요한 문제이니까.”

 -북한 역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선전했다.

 “북한 스포츠는 강하다. 훌륭한 선수들과 코치들의 저력이 있다. (시드니 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을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 성사되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쉽다.”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전자호구 도입 등 대회 흥행을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는지.

 “태권도 경기를 보러 직접 갔었다. 경기 운영이 매우 조직적이고(very well organized) 흥미로웠다. 과거와 비교는 하지 않겠다. 따라서 ‘발전’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지만, 재미있게 봤다.”

 -이번 올림픽이 IOC 위원장으로서 마지막 올림픽인데, 감회는.

 “런던은 ‘올림픽 유산(Olympic legacy)’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해왔고, 그 결과 모든 면에서 훌륭한 올림픽을 치러냈다. 전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줬고 선수들에겐 영광을 가져다 줬다는 점에서 ‘행복하고 영광스러운(happy and glorious)’ 올림픽이었다(이는 영국 국가의 구절이기도 하다). 평창 역시 일찍부터 준비하길 바란다. 평창에도 기대가 크다.”

 -김연아 선수가 IOC 선수위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미소를 지으며) 그는 훌륭하고 똑똑한 선수다. 출마 여부는 전적으로 그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일단 출마를 한다면 상당히 유리한 특권(prestige)을 가진 게 사실이다.”

런던=전수진 기자

◆자크 로게=1942년 벨기에 겐트 출생으로 겐트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요트와 럭비 국가대표를 지냈으며, 멕시코(68년)·뮌헨(72년)·몬트리올(76년) 등 올림픽 3회 연속 요트 경기에 출전했다. 89년부터 3년간 벨기에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91년 IOC 위원에 선출됐다. 98년 IOC 집행위원이 됐고, 2001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올림픽 규모 축소와 약물 추방, 인간성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어 제 8대 IOC 위원장에 선출됐다. 임기 중 각각 세 번의 여름·겨울 올림픽을 치렀고 내년에 위원장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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