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여성 외교관이 베트남 스파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밝혀졌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호주의 고위 통상담당 외교관인 엘리자베스 매서뮨은 2000년대 초반 하노이에 주재하면서 베트남 정보기관 소속인 안 응곡 렁 대령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당시 매서뮨은 호주연방준비은행(RBA) 자회사인 시큐런시가 베트남 중앙은행이 발주한 플라스틱 은행권 납품권을 따내려고 현지에서 진행하던 입찰 작업을 지원했고 렁 대령은 브로커 역할을 맡았다.
매서뮨과 렁 대령의 ‘부적절한 관계’는 호주 검찰과 연방경찰이 렁 대령을 수뢰 혐의로 기소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호주 연방경찰은 렁 대령이 RBA 자회사로부터 2천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매서뮨이 뇌물 제공의 중간 역할을 했으며 더 나아가 렁 대령과 ‘깊은 관계’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서뮨은 렁 대령에게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있느냐고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큐런시 중역들에게 “베트남에서 사업하려면 그 정도의 돈은 써야 한다”고 설득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렁 대령은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의 ‘이너 서클’에 속해있는 비중 있는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호주 야당은 명확한 사실 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며 연방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는 등 줄리아 길라드 총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줄리 비숍 호주 연립야당 부대표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온라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