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역대 최대 오심 피해 … 경기력 못 따라간 외교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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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역대 최대 오심 피해를 받았다. 남자 수영의 박태환(23)이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당한 일을 시작으로 여자 펜싱 에페의 신아람(26), 남자 유도 66㎏급의 조준호(24) 등이 연이은 오심에 눈물을 흘렸다.

 대한체육회(KOC)는 런던 올림픽에 앞서 오심 대처 방안을 고심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체조의 양태영이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친 것과 같은 일이 런던에서는 없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KOC는 종목별로 제각각인 이의제기 방식을 사전에 지도자와 선수단에 알렸다. 그 덕에 주먹구구식 대응은 줄었다. 하지만 아직 미숙했다. 오심을 바로잡은 것은 박태환 건뿐이었다. 대한수영연맹은 규정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으로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다. 반면 신아람은 선수만이 항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오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선수의 경기력은 세계 최고이나 체육단체의 행정력과 외교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향후 올림픽에서도 오심에 대한 피해는 생길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KOC와 각 경기단체들이 국제 경쟁력과 외교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종목별로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심 발생 시 끝까지 책임 소재를 밝히는 끈질긴 자세도 필요하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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