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반세기 맞아 영적 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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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상륙 반세기를 맞아 ‘쇄신’을 목표로 기념행사를 펼치고있는 예수회한국상륙50주년 기념준비위원장 제병영 신부. 최정동 기자

살레시오회.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분도회…. 천주교 내부에서 활동하며 신앙 공동체의 영적 각성을 이끌고 있는 크고 작은 남자 수도회만 국내에 40여개. 이중 예수회 한국지구(지구장 채준호 신부)는 가장 많은 수도자 수를 자랑한다. 신부.수도자를 포함한 회원 수는 148명.

"예수회하면 사람들은 이 수도회를 창립한 16세기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의 이름부터 기억합니다. 또 수도회 중 가장 길고 강도 높은 회원 양성과정(입회 이후 공부과정 11년)으로도 유명하지만, 이제 예수회는 올해로 한국 상륙 반세기를 맞아 새로운 반세기와 그 이후를 준비 중입니다. 올해 10월에는 '지구'에서 '관구'로 승격되는 경사도 맞습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들의 성공이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예수회 한국진출 50주년 준비위원장 제병영 신부. 그는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본부가 있는 예수회 한국지구가 잡고있는 목표는 '쇄신'이라고 밝혔다. 쇄신이란 지난 50년의 성과를 한국사회의 맥락 안에서 성찰하자는 것인데, 수도자로서의 영적 각성과 함께 땅에 떨어진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는 두 가지 뜻을 지닌다. 쇄신에는 '현대사 속의 천주교'에 대한 점검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예수회 한국지구는 올 한 해를 '쇄신의 해'로 잡고 다양한 행사를 내부적으로 치르고 있다. 6월 사도직별 모임과, 8월 수도자 전원이 모인 피정(避靜, 기도와 명상)기간에도 역시 쇄신을 목표로 하게 된다. 이때 핵심이 되는 텍스트는 이냐시오 성인의 자서전.

"기본적으로 예수회는 영적 수련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 성인의 자서전을 수도자 회원들이 윤독하면서 그리스도를 섬기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류에 봉사.헌신하는 삶이란 어떠해야하는가를 살펴보게 됩니다. '16세기 이냐시오 성인이 오늘 이 땅에 살고 있다면' 하는 가정을 통해 우리의 영적 쇄신과 사회적 역할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이지요."

제 위원장에 따르면 이냐시오 성인의 삶은 인격 완성과 도덕성 고양의 상징이었다. 기사 출신으로 전투에 참가했던 그는 부상당해 병상에 누워있던 1521년 '그리스도를 섬기는 삶'을 결심하게 된다. 1년 동안 동굴 수행을 거쳐 새로운 신앙인으로 거듭 난 그는 그때까지 수도생활에 필수로 여겨졌던 수도복 등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폐지하고 시대의 요청에 맞는 새로운 수도양식과 그리스도교적 공동체를 제창했다.

청빈.정결.순명을 지키는 이들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100여 국가에 진출했으며, 고등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제 위원장은 '오늘 한국사회 안의 이냐시오 성인'을 되돌아보는 행사의 맨 앞 줄에 서 있는 셈이다. 지난 83년 예수회에 들어간 그는 동남아 난민촌 봉사활동을 거쳤다. 95년 런던 히드롭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예수회 수련회 부수련장, 예수회 성소 후원회장등을 역임했다. 최근 신학 에세이집'세박자 월츠의 명수 J'을 펴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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