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올림픽 2연속 4위로 16년 태극마크 안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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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의 베테랑 이현일(32·세계랭킹 10위)이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단식 3·4위전에서 천롱(중국·세계랭킹 3위)에 1-2(12-21, 21-15, 21-15)로 졌다. 1세트를 12-21로 내준 이현일은 2세트 초반 7-1로 리드를 잡고서는 21-15로 따냈다. 마지막 3세트에서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초반 3-8로 끌려갔다. 8-14에서 3연속 득점으로 좁혀갔다. 하지만 23세의 젊은 천롱의 패기에 밀렸다.

16년 국가대표 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하며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됐다. 이로써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이현일은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에서 2회 연속 올림픽 4위에 그치며 노메달에 그쳤다.

▶2회 연속 올림픽 4위
이현일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3회 연속 출장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이현일은 2004년 2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올라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해 여름 아테네올림픽 16강전에서 다크호스 분삭 폰사나(태국)에 지면서 조기 탈락의 충격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결승 문턱에서 세계랭킹 1위의 벽에 가로막혔다. 4년전 4강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리총웨이(말레이시아)에게 진 후 동메달 결정전에서 천진(중국)에게 패하며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도 4강전에서 린단(중국·세계랭킹 1위)에게 패했다. 역대 상대전적 3승 14패의 천적 관계를 끝까지 깨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였던 천롱과의 3~4위전 결정전에서 패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6년 태극마크 안녕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16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이현일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7년에는 잠시 방황을 하며 대표팀을 떠나기도 했다. 2007년 1월 코리아오픈 1회전 탈락의 충격을 받고서는 태극마크를 반납, 태릉선수촌을 뛰쳐나갔다. 친구들과 어울려 실컷 놀면서 5개월여를 보냈다. 어느 순간 다시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이 돋아났다. 방황을 마치고 복귀, 1년여 앞둔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구슬땀을 흘렸지만 4위에 그쳤다.
베이징올림픽을 마치고 그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또 한번 은퇴 번복이 이뤄졌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당시 김중수 대표팀 감독이 이현일을 다시 불렀다. 복귀 후 이현일은 2012 런던올림픽까지 정조준했다. 16년 동안 복식에 비해 약한 단식에서 묵묵하게 대표팀을 이끌어온 이현일은 이제 가슴에 달았더 무거운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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