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동아리 창업 아이디어 만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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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정보대의 창업동아리 ''자동차벤처'' 의 회원 5명은 요즘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시각장애인용 안경을 개발하느라 동아리 방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이 안경은 초음파 센서를 붙여 가까운 거리에 장애물이 있으면 경고음을 낸다. 자동차에 쓰이는 장애물 인식용 초음파 센서를 공부하던 학생들이 센서를 소형화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연구는 지난해 9월 시작했다. 원리는 쉬워 보였지만 센서를 안경에 부착할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드는 게 어려웠다. 전력소비량을 줄여 오래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도 대학생들에게는 만만치 않아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자동차 관련업체에 종사하다 지난해 늦깎이 대학생이 된 동아리 대표 서재덕(29) 씨는 "장애인 관련제품 개발업체인 L사에서 판로를 약속하는 등 반응이 좋다" 며 "곧 금형제작에 들어가 상반기 중 제품을 내놓을 계획" 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http://www.smba.go.kr)은 최근 ''대학생 창업 우수 아이템'' 1백50개를 선정해 개발지원금으로 4백만원씩을 지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성세대 및 기존 제품들의 고정 틀을 뛰어 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심사위원들의 탄성을 받았다. 높은 기술력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만 기존 기술을 일상생활에 응용하는 데에는 대학생답게 번뜩이는 재치를 보였다.

호남대 창업동아리 ''영과 일'' 회원 10여명은 ''음성인식 비밀 일기장'' 을 개방하고 있다. 일기장에 달린 소형 열쇠에 음성인식장치를 심어 주인이 직접 암호를 말해야 일기장이 열린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시도했다가는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은 나쁜 짓입니다" 라고 핀잔의 말이 돌아온다. 동아리 회원들은 1년 내 상품화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팬시 시장에서 ''대박'' 을 터트리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인하대의 ''벤처클럽'' 이 개발 중인 ''미아방지용 반지'' 는 훨씬 더 간단한 기술이지만 벌써 수출 상담이 오간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주인공 캐릭터를 반지에 새기고, 이를 누르면 녹음된 집주소 및 전화번호가 흘러나오게 한다. 제품개발 소식을 전해 들은 한 무역상이 5월 시제품이 나오면 일본 수출을 주선하기로 약속해 놓은 상태다.

이밖에도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주파수 발생기를 장착한 ''아기돌보기 인형'' (성신여대 메이자이팀) ▶스스로 빛을 내 어두운 곳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발광 책받침'' (한양대 아이빌팀) ▶두부를 이용한 건강 햄버거(진주전문대 하이지어) 등의 아이템도 눈길을 끌었다.

대학생의 취업난과 창업바람에 힘입어 대학 창업동아리 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 전국 2백15개 대학의 4백여개 동아리에서 1만2천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실제 창업에 뛰어든 사례도 계속 늘어 1998년 71개, 99년 97개에 이어 지난해는 1백개를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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