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이 폐지한 '39호실'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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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향후 경제개혁은 당이 주도하고 군부는 외화벌이 등에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런 방침이 중국에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됐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일 베이징(北京)발로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이를 위한 핵심적 조치로 사실상 군이 관리해 온 조선노동당의 외화획득기관 ‘39호실’의 폐지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중·장기적 경제개혁 추진을 위해 올 후반기에 내각과 당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며 “과거 김정일 시대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던 국방위를 사실상 폐지할 의향도 김정은이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39호실은 마약 거래와 위폐 제조, 자원 개발 등을 통해 북한의 외화벌이를 총괄해 왔다. 과거 김정일은 39호실, 또 개인금고 역할을 해온 38호실의 자금을 활용해 당과 군 간부들에게 각종 사치품을 제공했다. 충성심 고취를 위한 도구였다.

 신문은 “39호실은 실질적으로 군이 관리해 왔고, 여러 회사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외화 획득사업도 했다”며 “39호실 폐지는 정치·경제 분야에서 군의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김정은의 방침을 전하며 “미국의 (감시) 표적이 돼 온 39호실을 폐지한 뒤 39호실의 자금을 민생 부문으로 돌릴 것”이란 뜻을 함께 전달했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정체돼 온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이영호 전 참모장의 경우 39호실 폐지 등 일련의 조치에 강력하게 저항한 것이 결국 해임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이영호에 얽힌 뒷얘기를 추가로 소개했다. 먼저 지난달 초 미키마우스 인형과 영화 ‘록키’의 주제가가 등장해 화제가 된 모란봉악단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다.

 김정은은 “주민들에게도 보여주라”고 지시했지만, 이영호는 “국가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 바람에 갈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영호가 군부대 식단을 조작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현지시찰에 맞춰 이영호는 병사들의 식단을 평소보다 업그레이드시켜 놓고 “군의 생활이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김정은이 비밀리에 그 부대를 다시 방문해 ‘형편없는 메뉴’를 확인한 뒤 이영호를 문책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농민들이 수확물의 일부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실시키로 북한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높여 만성적 식량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수확물을 모두 국가에 납부한 뒤 다시 배급을 받아 왔다. 하지만 향후엔 국가가 정한 일정량만 납부하면 나머지는 직접 팔거나 소비할 수 있도록 바뀐다고 한다. 지난 6월 중순 김정은 주도로 방침이 결정됐고, 지방의 간부들에겐 이미 전달된 상태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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