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 참석한 아네스 바르다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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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독 아네스 바르다(73.사진) 가 최근작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2000년)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 (1961년) '행복' (64년) 등 대표작 일곱 편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15일 개막한 제3회 서울여성영화제(http://www.wffis.or.kr.22일 폐막)가 마련한 '바르다 회고전' 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바르다는 누벨바그(50년대 후반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새로운 영화 운동) 의 유일한 여성 감독으로 '누벨바그의 어머니' 로 불리는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이다. '셸부르의 우산' 을 만든 자크 드미 감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바르다는 영화 속에서 장면이 끝날 때마다 암전을 사용하거나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화면의 색조를 달리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작품세계를 넓혀왔지만 국내에선 '행복' 과 '5시?? 두 편이 TV를 통해 방영됐을 뿐이다.

16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이삭 줍는…' 가 상영되기 전 관객 앞에 선 바르다는 고희를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열적인 모습이었다.

조명이 관객석만을 비추자 "대단한 미장센" 이라며 농담을 던진 그녀는 "이 영화를 마지막 작품이 아니라 최근작으로 불러 달라" 는 독특한 주문을 했다. 또 그녀는 "이 영화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현재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꼭 봐야 할 작품이다" 고 말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삭 줍는…' 은 다양한 물건들을 줍거나 수집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쓸모 없는 파편들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 영화는 칸영화제 출품은 물론 전세계 70개국에서 상영됐고 프랑스에서는 현재 개봉 40주를 넘기고 있다. 자기 손의 움직임을 직접 소형 캠코더로 찍기도 한 그녀는 "디지털 카메라는 수첩 같은 것" 이라며 "디지털이 대세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 라고 예상했다.

70년대 중반 이후 진중한 페미니스트 영화감독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바르다는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며 "여성 영화인이 세계의 여성 문제를 莫簫?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성적 정체성을 가짐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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