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도 덩치 커지면 전문경영인 영입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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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개국 언어로 번역돼 23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가 있다. 바로 나모인터랙티브의 ‘나모웹에디터’다. 창업 6년째, 벤처의 틀을 벗고 세계 시장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필수다. 최준수 신임대표가 그 역할을 맞게 됐다.

“벤처기업도 규모가 커지면 시스템화되어야 합니다. 기업도 공개했고 직원도 1백여명이 넘었습니다. 이제 초기 벤처기업으로서의 틀을 벗고, 한 단계 진화된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야 할 때가 됐어요. 지금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전문 경영인으로 나모인터랙티브를 이끌게된 최준수(41)신임사장은 대표를 맡게 된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앞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로 봐도 좋습니다. 벤처기업에서 기술이나 제품이 기본적인 요인이지만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이 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사장은 99년 나모에 합류, 마케팅, 홍보 등을 총괄하는 부사장을 맡아왔다. 실제로 국내외 영업을 진두지휘해온 셈이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서 시스템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증권 시스템을 개발하다보니 증권은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그에겐 행운이었다. 그는 곧 미국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엔지니어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변신한 것이다.

국내에 들어와 큐닉스 컴퓨터와 지엔텍 등을 거치며 기획과 영업, 마케팅 등을 두로 담당했다. 나모에는 99년 3월부터 부사장을 맡아 지금까지 만 2년째다.

나모인터랙티브는 ‘나모웹에디터’와 검색엔진 ‘나모 딥서치’로 지난 해 국내외에서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간판상품인 ‘웹에디터 4’는 초보자에서부터 전문가까지 사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 제작 도구로 국내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지난 해 국내에서만 30만 카피를 판매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해 해외시장에서 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했다. 이 금액은 전년대비 4백% 증가한 수치.

나모웹에디터는 영어, 일어, 불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해외 9개 언어판이 출시되고 있으며 전세계 23개국가에 진출해있다.

“전세계 시장의 주요 벤치마킹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제품력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외국제품에 비해 낮게 평가 받아온 느낌도 있습니다.”

국내 소프트웨어로 세계 시장에서 이만한 대접을 받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나모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최사장은 부사장으로서 세계 11개국의 나모 파트너를 직접 발굴해냈고 23개국에 제품수출을 성사시킨 주역. 지난 한 해 동안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보냈다고 할 정도로 해외시장 파트너 발굴에 힘을 쏟았다.

최사장은 “정보통신 본 고장인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브라질 등 미개척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제1, 제2 대주주로서 공동대표를 맡아온 김흥준 전 사장은 신규 및 해외 사업부문, 박흥호 전 사장은 제품개발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지난 4월 2일자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

전임 공동대표 두 사람은 성명서를 내고 “글로벌한 회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진 경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발빠른 시장 대응력과 마케팅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 영입이 필수”라고 밝혔다.

정재학 기자 zeffy@joongang.co.kr> / 사진 백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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