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각 팀 전력 분석 - 삼성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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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넌트레이스 1위보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값어치 있게 생각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돈으로 선수를 산다는 등의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우수한 선수들을 트레이드 해 오거나 뒷돈을 얹어주고 용병을 수입함은 물론이고 해태 타이거스를 무려 9번이나 정상에 올려 놓았던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는 등 정신적,물질적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을 위한 준비를 다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야구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는 법. 아무리 최고의 전력과 프런트진을 보유했다 손치더라도 우승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끝냈다 한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않으면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바로 라이온즈의 고민이다. 즉 너무나 부담이 많은 상태에서 한 시즌을 맡는다는 말이다.

라이온즈의 투수진은 일단은 중상위권으로 분류된다. 타 팀 보다 두터운 선발진 그리고 중간 계투에 검증된 투수 김현욱 여기에 벤 리베라 라는 최고의 마무리까지 겸비를 하였다.

그러나 확실한 에이스가 없고 중간 계투진에서는 김현욱을 제외하고는 믿음을 주는 투수가 없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선발로 좋은 활약을 기대했던 토레스는 퇴출 일보직전이다.

지난 시즌 까지 마무리를 하다 올 시즌 선발로 돌아선 임창용의 변신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선발 전향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비관론이 있는데 전자는 마무리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체력적인 안배가 이뤄짐으로 해서 더 나은 구위로 최소 15승은 거둘 수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힘으로 밀어 부치는 스타일과 단조로운 구질로는 타자들의 눈에 익기 쉬워 타선이 두 세 번 돌 때면 통타를 당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15승 7패 1세이브 방어율 4.93의 성적을 올려 라이온즈의 에이스 노릇을 했던 김진웅은 내심 올 시즌 다승왕까지 노리고 있다. 150km/h 내외의 직구 스피드에 해마다 좋아지는 제구력과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은 그의 든든한 무기가 되었다.

문제는 역시 마인드 컨트롤이다. 작년 까지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많았는데 얼마나 고쳤느냐에 따라 다승왕 타이틀이 좌지우지될 것 같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박영진과 함께 라이온즈 마운드에 신인 돌풍을 일으켰던 이용훈도 선발로 고정이 되었다. 150 km/h 가까운 직구 스피드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주무기며 지난 동계훈련 때 포크볼 등 변화구 몇 개도 익혀 2년 차 징크스가 찾아오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제구력을 얼마나 극복했느냐가 문제다.

작년 11월 왼쪽 발목 수술을 받아 연습량이 부족한 노장진은 일단은 중간 계투로 뛸 가능성이 높지만 2년 동안 삼성에서 선발로 뛰어 26승 17패 방어율 4.33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을 감안할 때 컨디션만 회복된다면 언제든지 선발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왕년 OB 베어스의 에이스였던 김상진은 이제 푸른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지 3년 차가 되었는데 지난 2년 동안은 24승 13패 방어율 4.35 로 그의 명성에 비해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OB 시절 너무 많은 투구로 인해 구위가 현격히 떨어져 힘으로 상대하기 보다는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10년 연속 10승 투수라는 금자탑을 세웠던 이강철에게 작년은 악몽과 같았을 것이다. 1승 4패 방어율 7.30 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올려 올 시즌은 절치부심하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 ’99년 무릎 수술의 후유증으로 볼 스피드가 현격하게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그의 재기에 대한 비관론이 앞서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베테랑 투수답게 한 시즌을 보내리라 예상된다. 통산 133승으로 134승의 송진우와 함께 선동렬이 가지고 있는 역대 최다승리인 146 고지를 넘느냐에 관심이 간다.

계약금을 무려 5억 3천만원을 받으며 역대 고졸 최고 대우로 입단한 대구상고 출신의 이정호 역시 선발 한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150 km/h 를 훨씬 넘는 직구 스피드 하나 만으로도 지난 스토브 리그 내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현재 김응용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까지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경기 경험을 쌓는다면 작년 조규수(한화 이글스) 이상의 성적도 기대 가능하다.

중간 계투에는 김현욱, 박동희, 박영진, 김태한, 배영수 등이 포진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던 바 김현욱을 제외하면 그렇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른 배영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영수 역시 제구력만 가다듬는다면 선발까지 노릴 정도로 작년에 비해 괄목상대했다.

마무리에는 리베라가 맡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을 거친 화려한 경력을 지닌 리베라는 201㎝의 큰 키에서 내뿜는 150㎞대의 강속구가 위력적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에서의 회복이 얼마나 되었느냐가 관건이다. 한 편 임창용이 선발 적응에 실패하면 리베라와 서로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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