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이면 금융위, 아니면 공정위 치명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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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 여부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 당국 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동수(오른쪽) 공정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토론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도성예금증서(CD) 조작 의혹 여부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사안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발단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답변이었다. 그는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금리가 자유화돼 있고 자기들(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갖고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저는 답함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를 막 시작한 공정위 입장에선 머쓱할 수 있는 얘기였다.

 이날 국회에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계속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지만 우리도 자신감이 없으면 현장조사를 하기 힘들다”며 “헛발질을 했을 경우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조사를 한 것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담합이 맞다면 금융위가, 그게 아니라면 공정위의 위상이 흔들리게 됐다”고 말했다. 만약 공정위가 담합 증거를 찾지 못하면 금융산업의 특성과 실태를 잘 모른 채 공정위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가 공연히 시장에 혼란만 일으켰다는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기도 힘들다.

 그러나 담합이 입증되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위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 주도로 CD금리의 대안을 찾는 작업이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로 만신창이가 됐던 금융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는 셈이다.

CD담합사건 결론은 차기 정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건의 결론에 따른 부담도 차기 위원장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금융소비자의 정책과 감독을 책임지는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금융시장과 국민만 혼란을 겪고 있다”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려는 기존 부처의 문제의식이 얄팍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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