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속세 폐지제 놓고 흑백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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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세 폐지를 놓고 백인부자들(폐지 반대)과 흑인부자들(폐지 찬성)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지 소로스.워런 버핏 등 백인 부호들이 상속세 폐지에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흑인 기업인들이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블랙엔터테인먼트 TV의 로버트 존슨 회장 등 흑인 갑부 49명은 4일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상속세 폐지를 옹호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이들은 "상속세를 유지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또 다른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 이라며 "상속세를 없애면 흑인가정과 백인가정간 소득격차가 줄어들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고에서 또 현행 상속세는 2중과세일 뿐 아니라 최근에서야 재산을 좀 모은 흑인 1세대 부유층에게 절대 불리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를 비롯해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가 워런 버핏, 석유왕 록펠러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2세, 빌 게이츠의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 등 백인 갑부들은 "상속세 폐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구조를 더욱 심화하고, 절세(節稅)를 위해 자선단체에 돈을 내는 기부문화도 쇠퇴시킬 것" 이라며 폐지반대 운동을 펴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해 2011년에 완전히 없애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지난 4일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문제의 법안이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부분 민주당원인 흑인 기업인들이 상속세 폐지를 찬성하고 나섬에 따라 작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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