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총리해임안 상정했으니, 박지원 체포안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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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황식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정족수(151명 이상) 미달로 개표가 무산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날 민주통합당이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을 이유로 제출한 김 총리 해임안을 직권상정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야당 의원 138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강 의장은 “(투표에 참여한) 명패 수가 138개로 의결정족수에 미달돼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며 개표를 중단하고 본회의를 산회했다. 헌법상 총리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가결 요건이기 때문에 민주당(127명)과 통합진보당(12명) 의원만으론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회 선진화를 내세운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총리 해임안을 직권상정해 처리를 시도했다는 선례만 남겼다.

  앞서 강 의장은 이날 오전 해임안 표결을 요구하며 민주당이 대정부 질문을 거부하자 오후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 직후 해임안을 추가 (직권)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강 의장을 찾아가 “본회의에 상정시켜달라”며 사실상 직권상정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 출신인 강 의장이 총리 해임안을 직권상정한 것은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를 포함한 대법관 4명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검찰의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도 감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의 요구로 총리 해임안을 직권상정했으니 대법관 임명동의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24~72시간 내에 표결해 8월 방탄국회 소집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거대 야당이 8월에 방탄국회를 소집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법관 후보 중 김병화 후보를 뺀 나머지 3명만 처리하자고 하는 것과, 근거도 없어 보이는 총리 해임안을 제출해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방탄국회와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강 의장이 직권상정을 단행하자 표결을 요구했던 민주당이 거꾸로 곤혹스러워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이 요청하지도 않은 직권상정을 한 것은 과잉친절”이라며 “억지 선례를 만들어 다른 안건까지 직권상정 하려는 꼼수가 담겨 있다면 국회운영은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노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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