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 축 결혼 … ‘호박 메신저’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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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호박이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가 된다.

 농촌진흥청은 16일 호박 표면에 글자나 문양(사진)이 나타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호박 껍질에 흠집을 내면 상처가 아물면서 코르크층이 만들어져 껍질 위로 도드라지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덩굴에 호박이 달린 지 5~12일 지났을 때가 글자를 새기는 적기다. 또 글자나 그림은 껍질에서 2~5㎜ 깊이로 새기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품종은 터키터반, 접시호박, 미니호박 등 관상용 호박이다. 식용으로 많이 먹는 길쭉한 애호박은 글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농진청 시험 재배에선 ‘사랑해’ ‘축 결혼’ 등의 글자가 마치 호박 표면에 솟아오르는 것처럼 나타났다. 지금까지 이렇게 농작물 표면에 글씨가 나타나게 한 작물은 사과와 복숭아 정도였다. 특히 사과는 입시철에 맞춰 ‘합격’ 등의 글자를 새겨 상품화됐다. 사과 등은 과실에 스티커를 붙여 햇빛 노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글자가 나타나도록 한다. 이에 비해 호박은 글자 자체가 표면 위에 양각처럼 도드라져 입체감이 더 있다.

윤무경 농진청 채소과장은 “호박은 대표적인 웰빙 식품”이라며 “글자 넣는 기술을 활용하면 호박의 용도가 식용에서 선물용이나 농촌 체험 관광상품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17~18일 충남 청양 알프스마을에서 시연회를 시작으로 글씨 새기는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알프스 마을에는 길이 1.7㎞에 이르는 박과 채소 터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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